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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동물원, 코로나19로 동물 안락사 위기…“서로 먹고먹힐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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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세렝게티 암사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탄자니아 세렝게티 암사자. 기사 내용과 무관함. 중앙포토

독일의 한 동물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동물을 안락사할 수도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의 노이뮌스터 동물원은 운영비 절감을 위한 비상계획 초안을 마련했다.

동물원 측은 비상계획에서 “동물들의 먹이를 살 돈이 부족해지거나 폐쇄 조치로 먹이를 공급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경우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들을 안락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동물원에 사는 100여 종의 동물 700마리의 안락사 순서를 공개했다. 계획에 따르면 동물원이 마지막까지 지키기로 한 동물은 북극곰이다.

동물원 측은 “동물들이 굶어 죽는 모습은 차마 못 보겠다. 차라리 안락사해주고 싶다”면서 “머지않아 동물들을 잡아 서로에게 먹이로 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폐쇄된 베를린의 한 동물원. AFP=연합뉴스

독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로 폐쇄된 베를린의 한 동물원. AFP=연합뉴스

dpa통신은 이 동물원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방문객이 급감해 시민 기부금만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독일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동물원들로 구성된 동물원협회(VdZ)에 따르면 독일의 동물원들은 코로나19 폐쇄 조치로 매주 50만 유로(약 6억7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원은 살아있는 동물을 보살펴야하기 때문에 휴업하더라도 비용이 계속 지출되는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예를 들어 바다표범과 펭귄은 매일 신선한 물고기를 줘야하고, 열대 동물 전시관의 경우 온도를 20도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VdZ는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비상 지원금 1억 유로(약 1333억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 단체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소속 동물원에 수용된 동물원 대부분이 멸종 위기종으로 이들을 잃으면 생물 다양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총 7500억원 유로(약 1000조원)의 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동물원이 지원대상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카스파리 동물원장은 “주 후원금을 신청했으나 아직 받은 게 없다. 시 후원금도 못 받고 있다”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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