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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돈도 중국이 찍어냈다! 中 화폐 굴기

중앙일보

입력

[사진 시나뉴스(新浪新闻)]

[사진 시나뉴스(新浪新闻)]

화폐 제조 기술은 한 때 원자폭탄의 비밀과 맞먹는 위력을 가졌다. 국가의 화폐 가치는 나라의 경제력을 좌우하는데, 위조하기 쉽다면 값어치가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각 나라의 정부나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러 국가와 화폐 인쇄 계약을 체결해왔다.

중국은 과거 인민폐를 발행한 초반에 지폐 제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소련에 인쇄를 요청했다. 중국에서 소액권을 제조하고 5위안과 10위안은 소련에서 인쇄했다. 이후 중국과 소련의 관계 악화로 유통하던 소련제 지폐를 모두 회수하고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지폐로 대체했다. 그런데 기술력이 부족하여 5위안 지폐만 만들었다. 굴욕적인 과거를 지닌 중국은 눈부신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직접 화폐를 제조할 뿐 아니라, 동맹국의 화폐를 인쇄한 바 있다. 과연 어떤 나라가 중국에 화폐 제조를 의뢰 했을까.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베트남

중국에 지폐 인쇄를 요청한 가장 첫번째 나라는 베트남이다. 중국에서 인쇄한 횟수도 가장 많다. 1950년 처음으로 중국에서 베트남 화폐를 인쇄했다. 이후에도 베트남의 의뢰는 계속되었다. 1957년, 1965년, 1968년 3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베트남동이 발행되었다.

베트남동 [사진 진르터우탸오]

베트남동 [사진 진르터우탸오]

알바니아 공화국

알바니아 공화국은 유럽에 위치했지만 중국과 오랜 ‘형제의 나라’이다. 1950년대부터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 외세의 침략 때문에 유럽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몰락했지만 중국의 원조로 서서히 회복한다. 마오쩌둥의 시절, 상호 방문, 대사관 설치, 경제 원조 확대 등을 통해 관계를 유지했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알바니아는 화폐 제조도 위탁한다. 1963년부터 1992년까지 중국은 알바니아의 지폐를 인쇄했다.

알바니아 통화 레크(Leke) [사진 셔터스톡]

알바니아 통화 레크(Leke) [사진 셔터스톡]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중국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이다. 중국은 캄보디아 정부의 산업 및 인프라 프로젝트를 전면 지원하며 캄보디아 내 입지를 강화했다. 1974년 초 베트남-캄보디아 전쟁에서 중국은 캄보디아와 ‘우호 관계’를 맺었다. 당시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에 화폐 발행을 요청했고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통화인 리엘은 이후 정치적인 문제로 가치가 땅으로 떨어져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1993년 UN이 캄보디아에서 지원 활동을 하며 달러가 공용으로 사용된다. 현재 리엘은 달러의 보조 단위처럼 쓰이며 미국 달러가 광범위하게 통용된다.

캄보디아 리엘 [사진 셔터스톡]

캄보디아 리엘 [사진 셔터스톡]

태국

태국은 화폐 제조 입찰을 공개적으로 진행한 유일한 나라이다. 2017년 태국 주화에 대한 공개입찰 때 한국조폐공사도 수주에 성공해 이슈 된 바 있다. 당시 태국주화 입찰은 태국 푸미콘 국왕 서거 이후 신임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 즉위에 따른 현지 유통 주화 교체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은 2바트 주화 입찰에 성공했다. 2018년 중국 선양조폐유한회사는 2억2천만개의 2바트 주화를 제조해 태국으로 배송했다.

태국 바트를 주화하고 있는 중국 선양조폐유한회사 [사진 신화망(新华网)]

태국 바트를 주화하고 있는 중국 선양조폐유한회사 [사진 신화망(新华网)]

네팔,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수의 국가가 중국에 화폐제조 위탁

주로 일대일로 참여국과 계약 체결

홍콩 SCMP에 따르면 중국 화폐제조회사들은 일대일로(一带一路) 참여국 다수의 화폐를 인쇄하고 있다. 중국인초조폐총공사(中国印钞造币总公司)는 2015년부터 네팔의 루피를 제조했다. 중국의 화폐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후 일대일로 참여국들과 외화 제조 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다.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 폴란드 등과 공식 계약을 체결해 화폐를 발행 중이다.

중국이 외화를 인쇄하고 있는 데에 외신은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외화 인쇄가 보도되었던 2018년에 인도 국회의원이자 전(前) UN 사무 총장 샤쉬 타루어(Shashi Tharoor)는 “화폐 제조를 계약한 나라의 화폐 위조가 용이해져 국가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의 국제 무역경제협력연구센터 내 국가시장연구소 부소장인 바이밍(白明)은 환구시보(环球时报)와 인터뷰에서 "각 나라의 화폐는 당국에 의해 결정되며 중국은 이에 간섭하지 못한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사진 중국증권보(中国证券报)]

[사진 중국증권보(中国证券报)]

현대의 화폐 인쇄 시설은 보안이 철저한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며, 위조 방지 기술에 큰 돈을 들여 투자하고 있다. 일부 보안 기술은 비싼 특허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도의 Zee News에 따르면 비용 문제로 덴마크 등 많은 국가들이 아웃소싱 하고 있으며, 인도는 지폐에 사용되는 종이를 독일과 영국에서 수입한다.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장  무창춘 ( 穆长春 )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으로 암호화폐와는 다르다“고 의사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차이신(财新)]

중국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장 무창춘 ( 穆长春 )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위안화의 디지털 버전으로 암호화폐와는 다르다“고 의사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차이신(财新)]

숱한 논란에도 중국은 뚝심 있게 화폐 제조 위탁 체결을 지속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위조화폐를 방지하는 첨단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가성비’가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기준, 중국인초조폐총공사는 1만8천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화폐 제조 기업이다. 2015년 홀로그래픽을 이용한 위조 방지 기술로 국제대회에서 수상하며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비접촉 거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CBDC와 관련한 특허 5건을 신청하며 중국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를 마쳤다. 실물화폐 제조에 이어 디지털화폐까지 장악하겠다는 야심찬 행보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등과 협력하여 디지털 화폐 실행을 도모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빠른 추진력이다. 기술력을 더한 중국의 화폐 제조는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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