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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뱉으며 "프랑스로 가라"···독일인의 혐오, 장관이 더 놀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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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을 든 한 남성이 독일과 프랑스 국경지역에 놓여진 '우정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쇼핑백을 든 한 남성이 독일과 프랑스 국경지역에 놓여진 '우정의 다리'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독일의 국경 지역을 방문한 프랑스인이 "코로나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모욕과 차별을 받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사회문제가 된 유럽 내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 외에,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싹트면서 신종 코로나로 유럽 내 이웃 국가 간의 오랜 우정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독일의 국제방송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프랑스와의 국경 지역인 독일 자를란트주의 작은 도시 게르하임에서 최근 프랑스인들을 향해 “코로나의 나라로 돌아가라”며 침을 뱉는 등 유럽 국가간 혐오와 차별 사례가 발생했다.

프랑스 출신의 가족 구성원이 있다는 마이클 클리봇 게르하임 시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달 초 우리 도시를 방문한 프랑스인들이 거리를 걷는 도중 침을 맞거나, 체크 아웃을 하는 도중 욕설을 들었다는 사건을 전해 들었다"며 "프랑스인을 향해 '코로나의 나라'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클리봇 시장은 이어 "일부 프랑스인들은 더이상 (독일인의 차별이 두려워) 독일로 올 수가 없다고 말한다"며 "그들은 우리보다 코로나가 더 심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앙케 레흐링거 독일 자를란트주정부 경제장관이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를란트주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차별 및 혐오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앙케 레흐링거 독일 자를란트주정부 경제장관이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를란트주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차별 및 혐오 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자를란트주정부 앙케 레흐링거 경제장관도 최근 "프랑스인들이 모욕을 당하고 계란을 맞기도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이웃 국가와의 우정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해 프랑스 친구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프랑스와 룩셈부르크와의 국경이 닫힌 것에 매우 가슴이 아프다 했다.

앞서 독일은 지난달 16일 주요 생필품의 이송 및 통근자를 제외하고는 프랑스인이 국경을 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프랑스 국경 지역인 그랑테스트(Grand Est)에서는 2000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그랑테스트의 이웃 지역인 독일 자를란트에서는 41명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로컬프랑스는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독일 정부는 즉각 경고에 나섰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프랑스 친구들이 상처를 받는 것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한배를 탔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최근 자국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차별 사건에 대해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트위터 캡처]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이 최근 자국에서 발생한 프랑스인 차별 사건에 대해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트위터 캡처]

케서린 로비넷 자를란트 지역 프랑스 영사는 이에 대해 "자를란트 지역에서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사건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이곳에서 많은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동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독일과 프랑스는 비슷한 수준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 13일 기준 프랑스는 13만7877명, 독일은 13만72명으로 각각 세계 4위와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로 인한 프랑스의 누적 사망자 수는 1만4967명인 반면 독일의 누적 사망자 수는 3194명 수준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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