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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이재규·이응복…스타도, 스타 감독도 넷플릭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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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이 제작, 출연하는 SF 영화 '고요의 바다'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한다고 알려졌다. [뉴스1]

배우 정우성이 제작, 출연하는 SF 영화 '고요의 바다'를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한다고 알려졌다. [뉴스1]

“요즘 드라마 기획서는 다 넷플릭스로 간다.” 한 방송 프로듀서의 말이다. 그럴 만큼 넷플릭스의 기세가 매섭다. 봉준호 감독 영화 ‘옥자’(2017), 좀비 사극 ‘킹덤’(2019~2020) 등의 성공에 힘입어 스타 감독, 배우를 잇달아 빨아들이며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월 ‘버라이어티’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은 “넷플릭스가 올해 콘텐트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이상 투자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넷플릭스 올해 투자 예산 20조원 #스타 감독·배우들과 자체 제작 박차 #학원·공포·SF 등 이색 장르물 도전 #"한국 콘텐트 인기…제작편수 증가"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진출 이래 꾸준히 국내 인기 콘텐트를 사들여온 터다. 드라마계에선 “10여 년 전 일본 한류 시장 전성기가 꺼지고, 이어 ‘큰손’ 중국이 한한령에 막힌 뒤론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비즈니스를 지탱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현재 제작 중인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영화‧드라마만 10편 남짓이다. SF‧공포‧학원물 등 주로 매니어 성향 강한 장르물에 도전했다.

'킹덤' 잇는 좀비물, '도깨비' PD의 괴기물 

넷플릭스 동명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는 주동근 작가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단행본으로 5권까지 발행됐다. [사진 애니북스]

넷플릭스 동명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되는 주동근 작가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단행본으로 5권까지 발행됐다. [사진 애니북스]

가장 최근 소식이 들려온 건 ‘킹덤’ 아성을 잇는 좀비 학원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드라마 ‘다모’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한다고 13일 발표했다. 주동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이 토대다. 과학 교사에게 감금됐던 여학생이 반 친구 팔을 문 뒤 응급차로 후송되고, 두 학생으로 인해 학교 안팎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극한상황을 그렸다. 이 감독의 제작사 필름몬스터와 JTBC스튜디오가 공동제작해 올여름 촬영에 돌입, 내년 공개가 예상된다.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 스타 드라마 연출가 이응복 PD도 넷플릭스와 괴기 하이틴 드라마 ‘스위트홈’을 만든다. 김칸비 작가의 동명 인기 네이버 웹툰 원작으로, 은둔형 외톨이 고교생 차현수가 이사 간 아파트에서 괴물로 변한 사람들에 맞서 생존자들과 뭉치는 여정을 쫓았다. 신예 송강이 주연을 맡아 이진욱‧이시영과 호흡을 맞췄다. 촬영을 마치고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발표호에서 왼쪽부터 이응복 PD가 주연 배우 이병헌의 칭찬에 쑥스러워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제작발표호에서 왼쪽부터 이응복 PD가 주연 배우 이병헌의 칭찬에 쑥스러워하고 있다. [중앙포토]

방송불가 '센 표현' 넷플릭스는 가능

내년께 넷플릭스가 출시할 정유미‧남주혁 주연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도 심령공포 학원물이다. 퇴마사이자 사립고교 보건교사 안은영이 학교에서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학교 설립자 후손이자 한문 교사 홍인표와의 로맨스를 가미했다. 영화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연출하고, 원작 소설가 정세랑 작가가 직접 각본까지 썼다.

이런 공포물이 넷플릭스로 향한 배경엔 센 표현수위가 한 몫 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JTBC 스튜디오 제작 드라마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출시하는 첫 사례. JTBC 관계자는 “‘지금 우리 학교는’은 기존 16부작이 아닌 12회 정도로, 좀비물 특성상 표현수위가 상당히 높아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를 택했다”면서 “‘킹덤’도 방송용 드라마였다면 제약이 많았을 것”이라 말했다.

배우 정유미는 심령공포 학원물 '보건교사 안은영'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다. [사진 매니지먼트 숲]

배우 정유미는 심령공포 학원물 '보건교사 안은영'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인다. [사진 매니지먼트 숲]

정우성 SF 영화 넷플릭스행 이유는

창작자들에겐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되는 점도 매력이다. 시장이 넓어지는 만큼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리지널 콘텐트는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감당하되 창작자의 의도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조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한국영화만 봐도 최근 새로운 시도랄 게 없는데 넷플릭스는 기존에 시도하기 망설였던 장르를 계속해서 도전하며 화제를 만들고 있다”면서 “장르물은 해외에서도 소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우 정우성이 제작, 주연을 맡아 넷플릭스 동명 오리지널 작품으로 장편화되는 최항용 감독의 단편 '고요의 바다'. 이 단편은 OTT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미쟝센단편영화제]

배우 정우성이 제작, 주연을 맡아 넷플릭스 동명 오리지널 작품으로 장편화되는 최항용 감독의 단편 '고요의 바다'. 이 단편은 OTT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다. [사진 미쟝센단편영화제]

신예 최항용 감독의 SF 스릴러 영화 ‘고요의 바다’가 그런 예다. 2014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최 감독이 당시 37분여 동명 단편을 토대로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원작은 2075년의 미래, 매일 밤 동생이 죽는 꿈을 꾸던 임상병리학자 정원이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에 가면서 겪는 불가사의를 그렸다. 배우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에 이어 또다시 신인 감독 작품에 제작‧출연을 겸한다. ‘킹덤’ ‘페르소나’ ‘센스8’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골 배우 배두나가 주연을 검토 중이다.

허 평론가는 “한국에서 SF 장르가 슬슬 각광받고있지만 여전히 극장 개봉하긴 불안요소가 많은데 넷플릭스니까 가능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이 드라마도 '킹덤' 수준 제작비… 

이밖에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황동혁 감독은 100억원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배우 이정재‧박해수를 캐스팅하고 촬영 준비 중이다. 배우 이제훈은 죽은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감독 김성호) 주연을 맡아 최근 촬영에 돌입했다. 오는 29일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PD가 연출,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의 아들 진한새 작가가 각본을 맡은 범죄 드라마 ‘인간수업’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배우 이제훈은 주연 tvN 드라마 '시그널'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 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에도 출연한다. [사진 tvN]

배우 이제훈은 주연 tvN 드라마 '시그널'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 데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에도 출연한다. [사진 tvN]

세계 시장이 무대인만큼 제작 규모를 키울 수도 있다. 최근 시즌2가 흥행을 거둔 ‘킹덤’은 제작비가 회당 20억~30억원선, 한 시즌에 200억원선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준으론 상당한 규모다.

코로나19 시국, 해외서도 K드라마 인기 

넷플릭스에서 지난 13일 공개한 킹덤 시즌2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최소 15개국 이상에서 차트 10위권 내에 들며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킹덤에서 의녀 역을 출연 중인 배우 배두나씨가 촬영장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지난 13일 공개한 킹덤 시즌2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최소 15개국 이상에서 차트 10위권 내에 들며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다. 킹덤에서 의녀 역을 출연 중인 배우 배두나씨가 촬영장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넷플릭스]

업계에선 “디즈니플러스 등 OTT 경쟁자들이 나타나면서 더 공격적인 콘텐트 확보에 나선 넷플릭스와 아시아 등 여러 문화권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콘텐트에 이른 한국 영화‧드라마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 콘텐트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킹덤’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극 중 좀비 바이러스 양상과 절묘하게 겹쳐 화제가 됐다. 스트리밍 서비스 관련 정보 사이트 ‘릴굿’에선 14일 기준 넷플릭스 인기 콘텐트 11위에 ‘킹덤’이 올라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올해 예산 중 한국 투자 규모는 밝힐 수 없지만 한국 오리지널 작품 수는 해외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한국시장에 그만큼 투자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 했다.

한국 인구 5000만, 넷플릭스 구독자는 3배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업계에도 자극이 되고 있다. JTBC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인데 넷플릭스는 가입된 구독자 수가 1억6000만에 이른다. 만드는 입장에선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가 미국 ABC채널에 방송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고무적”이라면서 “우리나라 대중이 좋아할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부분들도 훨씬 더 넓은 시청층을 대상으로 색다르게 펼쳐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다만, 한 방송 관계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트는 만드는 제작사가 총 예산의 10% 정도를 수익으로 받고 나머지 모든 저작권은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면서 “제작사 입장에서 최선인지는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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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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