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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의 경고 “코로나 사태로 중국식 IT전체주의 전세계로 퍼질지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보기술(IT) 기업을 통제ㆍ관리하는 중국식 네트워크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이런 'IT 전체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이 두렵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화상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니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트위터 캡처]

니얼 퍼거슨 미국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 [트위터 캡처]

그는 미국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감염을 두고 "나를 포함한 여러 학자들이 1월 말 시점에 경고했는데도, 당국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며 "전문가를 싫어하는 정치 아마추어 트럼프는 국가지도자로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현재 그는 주거지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몬태나주(州)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다. 요미우리는 그가 화상 통화로 말한 내용을 정리해 12일 보도했다. 그중 주요 대목을 발췌했다.

◇결국 빈국이 최악의 피해 입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1일간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 가운데 지난 9일 수도 케이프타운의 한 노숙인 캠프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1일간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 가운데 지난 9일 수도 케이프타운의 한 노숙인 캠프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우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감염의 귀추는 단언할 수 없지만, 역사상 세계적인 역병에 비춰 보면 3가지 정도가 예상된다.

첫째, 최악의 피해와 조우하는 건 빈국들이다. 지금은 구미 국가에서의 심각한 상황이 이목을 끌고 있지만, 결국엔 아프리카와 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을 습격할 것이다.

둘째, 감염병은 종식하게 마련이다.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치료법과 백신은 확실히 개발할 것이다. 나는 1년 반 이내로 내다본다.

셋째, 세계 경기의 후퇴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의 일환으로 감산이나 생산 정지를 한 결과다. 다만 '두 번째 파도'가 오지 않는다면 연말쯤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냉전기 소련 닮은 中 유언비어  

“문제는 중국이다. 2002년 중국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하게 이번에도 야생동물을 취급하는 시장이 발생원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사실이 부끄럽겠지만, 중국 당국은 초동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감염을 확산시켰다. 세계에 보고한 시기도 늦어 전 세계로 감염을 확산시킨 책임은 무겁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정권은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를 통해 ‘미군이 바이러스를 중국에 옮겼다’는 유언비어를 흘렸다. (이런 방식은) 미ㆍ소 냉전 시절 소련이 ‘에이즈는 미국의 정보기관이 만들었다’고 중상모략한 것과 같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네트워크 전장서 美 추월하려는 中

지난달 10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창 팡창의원 의료진이 "우한 승리, 후베이 승리, 전국 승리"란 글자가 새겨진 글자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달 10일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우창 팡창의원 의료진이 "우한 승리, 후베이 승리, 전국 승리"란 글자가 새겨진 글자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또 다른 우려도 있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넷월드(Networld: 인터넷으로 연결돼 네트워크화된 세계)’에서 패권을 다투고 있다. 선전(深圳)과 항저우(杭州), 두 도시가 전진기지다.

나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ㆍ중 대립을 미ㆍ소 냉전에 이은 ‘제2차 냉전’으로 본다. 그 핵심 전장이 네트워크인 셈이다.

중국은 전자상거래ㆍ검색엔진ㆍ소셜미디어(SNS) 등의 분야에서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고, 몇 개 분야에선 이미 앞질렀다. 일례로 인터넷결제 처리 능력을 들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런 IT 기업을 통제ㆍ관리한다. IT 기업은 전자상거래 이력 등을 통해 개인 신용도를 수치화하고 있는데, 정권이 이런 정보를 입수해 개인 감시에 활용한다. 안면 인식 체계 등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IT 전체주의’ 체제다.

중국식 네트워크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로 인한 IT 전체주의의 세계적인 확산이 우려된다.”

◇민주주의가 '2차 냉전'서 패배할 수도

지난 8일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역인 프랑스 북동부 셀츠의 한 교차로에 국경 봉쇄를 뜻하는 줄이 쳐져 있다. 안내문에 '집안에 머물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역인 프랑스 북동부 셀츠의 한 교차로에 국경 봉쇄를 뜻하는 줄이 쳐져 있다. 안내문에 '집안에 머물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 사태가 초래한 지정학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유럽연합(EU)의 약화다. 독일을 포함한 회원국들은 EU의 설립 이념인 ‘자유로운 이동’에 반해 국경을 봉쇄했다. 연합체가 아닌 국민국가가 위기 대응에 유효하단 것을 인정한 것이다.

다음은 미ㆍ중 냉전의 악화다. 이것이 신종 코로나 사태와 얽혀 민주주의와 IT 전체주의 중 어느 쪽이 승기를 잡는지가 중요해졌다. 구미 각국은 도시 봉쇄 등 강경책을 주저하다가 감염을 확산시켰다. 반면 중국은 사적 권리를 무시한 강경책으로 성공을 거둬나갔다. 만일 이것이 최종 결과라면 IT 전체주의가 정당성을 얻게 된다.

미ㆍ소 냉전기와 비교할 때 트럼프의 미국은 매력을 잃었다. 반면 시진핑의 중국은 옛 소련보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민주주의가 제2차 냉전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 니얼 퍼거슨은...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 미 하버드대학 역사학과 교수, 동대학 유럽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중국 칭화대 객원교수 등 역임. 주요 저서로 <증오의 세기><금융의 지배><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등이 있음. 서구 주요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여하는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경제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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