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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복잡한 감정 내비친 열린민주당, 독자 교섭단체 언급도

중앙일보

입력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17인이 13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화해의 제스쳐를 보냈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1번인 김진애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열린민주당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완수를 위해 민주당과 함께하겠다. 민주당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정봉주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나를 모략하고 음해하고 시정잡배, 개쓰레기로 취급했다“며 각을 세운 지 하루만이다.

그간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효자 정당’을 자처하며 범여권 공조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열린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지난달 25일 이해찬 대표)거나 “그런 자식 둔 적 없다”(지난달 30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열린민주당은 이런 '냉대'에 그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전날 정 최고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번 선거 기간에 한 것을 보면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더라”고 홧김에 비난한 뒤 논란이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김진애 후보 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김 후보는 "열린민주당은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해 더불어민주당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뉴스1]

김진애 후보 등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김 후보는 "열린민주당은 큰 바다에서 다시 만날 것을 확신해 더불어민주당 언제나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뉴스1]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진애 후보는 민주당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은 저희를 외면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밀쳐냈고 때론 험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침묵을 지킨 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희가 대응하는 순간 민주개혁 진영 내부의 싸움으로 번져 국민이 눈살을 찌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비례 후보도 “정봉주 최고위원이 생방송을 진행하던 중 감정적으로 격분했던 건 분명한 잘못”이라면서도 “한 마디 토를 다는 순간 촛불을 들었던 분들의 가슴에 상처를 줄까 봐 아무 반응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당과 교섭단체 구성" 독자 노선 걷나 

열린민주당은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과 연합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진애 후보는 1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범민주개혁진영에서 민주당이 아닌 분들이 교섭단체를 같이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열린민주당은 총선 이후 더불어시민당과 연합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진애 후보는 13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범민주개혁진영에서 민주당이 아닌 분들이 교섭단체를 같이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 유감과 섭섭함을 드러내는 것과 별개로, 이날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을 제외한 '제2의 교섭단체' 구성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진애 후보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은 20대 국회 초반에 몇 개의 당을 합쳐 교섭단체를 만들어 대표를 하신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필요하면 범민주개혁진영에서 민주당이 아닌 분들이 같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소수정당 및 시민사회가 추천한 더불어시민당비례 후보와의 연합을 언급했다. 34번까지 구성된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명부 중 당선 안정권에 해당하는 1~10번엔 소수 정당 몫 2명과 시민사회 몫 8명이 배치됐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더불어시민당에 계신 분들이 다 (민주당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제2 교섭단체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민주 진영 내에서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공수처장 추천의 문제 등과 관련해제2 교섭단체 구성이 오히려 여권에 힘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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