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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품에서 10년 KDB생명, 새 주인 찾나…4수 만에 매각 급물살

중앙일보

입력

산업은행이 지난 10년간 품고 있던 KDB생명보험을 조만간 떠나보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이 최근 급물살을 타면서다.

KDB생명 본사 건물. KDB생명 홈페이지 캡처

KDB생명 본사 건물. KDB생명 홈페이지 캡처

1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KDB생명 잠재 매수자가 현재 KDB생명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매수 희망자로 나선 이는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다. 현재 단독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JC파트너스는 매도자 측인 산업은행과 의사소통을 충분히 나누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선 JC파트너스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은, 10년간 1조1500억원 투입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전신인 금호생명을 품게 된 것은 2010년 3월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앞서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인수한 뒤 급격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그 대가로 금호생명 경영권을 떠안았다. 산업은행은 당시 금호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 출자해 PEF를 설립했고, 여기에 총 4800억원을 투입했다. 2010년 6월엔 금호생명 사명을 KDB생명으로 바꿨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산업은행 전경. 뉴시스

산업은행은 그해 9월 KDB생명 유상증자를 실시해 37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을 금융당국 규제 수준(150%) 이상으로 올려주기 위한 조치였다. 2018년 1월에도 같은 이유로 KDB생명 유상증자에 30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산업은행에서 지난 10년 동안 KDB생명에 흘러들어간 금액은 1조1500억원에 달한다.

3차례 매각시도…엑시트 실패의 역사 

얼떨결에 KDB생명의 대주주가 된 산업은행의 목표는 처음부터 엑시트(자금회수)였다. 산업은행 투자금융본부장으로 지내다 2010년 3월 KDB생명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익종 전 사장이 취임식에서 "2012년엔 상장(IPO)을 추진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을 정도다. 하지만 경영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IPO 계획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에 초점을 맞췄다. 국민연금 등 PEF 주요 출자자의 요구도 그랬다. 2014년 4월 1차 매각 시도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2차, 2016년 12월 3차 등 꾸준히 매각 시도를 이어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가격 괴리에 발목 잡힌 매각 

매각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기대하는 가격과 산업은행이 받아야 하는 가격 간 괴리였다. 산업은행으로선 KDB생명에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한 만큼 그만한 가격에 회사를 팔아야 했다. 하지만 1~3차 매각 시도 당시 단독 입찰자로 나선 곳들 모두 만족할 만한 가격을 써내지 못했다.

그 배경엔 갈수록 악화하는 보험업황이 있다.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엔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저축성 보험 상품이 큰 손실로 돌아왔다. KDB생명은 금호생명 시절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특히 많이 취급한 회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으로 인해 보험사가 앞으로 대규모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KDB생명의 할인 요인이었다.

눈높이 낮추자 JC파트너스 등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합뉴스

KDB생명 매각 불씨가 다시 살아난 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눈높이를 낮추면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KDB생명 매각가격에 대한 질문에 "시장에선 2000억원에서 8000억원 정도 예상한다"며 "조금 더 받겠다고 안고 있는 것보다 원매수자가 나오면 빨리 매각하는 게 비용을 최소화하고 시장에도 좋다"고 답했다. 희망 매각가를 2000억원 수준까지 낮춰잡았음을 시장에 알린 것이다.

지난달 갑작스럽게 실사를 시작하며 KDB생명 인수 의사를 밝힌 JC파트너스는 매수금액으로 약 2000억원을 제시했다. 매수 절차를 마무리 지은 뒤 곧장 약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라서 최종 매수금액은 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아직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아직 여러 절차가 남아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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