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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파탄' 문구 안된다는 선관위 "文정권 연상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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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지역 지지자들이 만든 투표 독려 문구. 선관위는 '민생파탄'이 현정권, '거짓말 OUT'이 민주당 이수진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해당 피켓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 했다. [독자 제공]

미래통합당 서울 동작을 지역 지지자들이 만든 투표 독려 문구. 선관위는 '민생파탄'이 현정권, '거짓말 OUT'이 민주당 이수진 후보를 연상시킨다며 해당 피켓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유권해석 했다. [독자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는 투표 독려 문구는 허용하면서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란 문구는 불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생파탄’이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켜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나경원 미래통합당 후보가 맞붙는 서울 동작을에선 여권 지지자들이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투표 독려에 나섰다.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민생파탄 투표로 막아주세요’ ‘거짓말 OUT 투표가 답이다’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공직선거법 제58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면 안 된다. 선관위는 11일 해당 규정을 들어 “민생파탄은 현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또 ‘거짓말 OUT’은 이수진 후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다고 한다. 나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 후보” “거짓말 OUT”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거짓말 OUT’의 경우 동작을에 한해 사용을 불허했다.

서울 동작을 지역에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독자 제공]

서울 동작을 지역에 '투표로 100년 친일 청산하자'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독자 제공]

반면 선관위는 여권 지지자들의 ‘투표로 100년 친일청산’ ‘투표로 70년 적폐청산’ 문구는 유권해석을 통해 지난달 30일 사용을 허가했다. 100년, 70년이란 기간은 특정 정부나 시기 등을 특정한 것이 아닌 데다, 사회에서 흔히 쓰는 일반적 가치의 표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총선은 한일전이다’ ‘투표로 친일청산'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반대하기 위한 구호로 현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불허했다고 한다. 즉 동일한 문구라도 기간만 넣으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통합당은 “야권에 대한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관위는 원래 중립을 엄정하게 지켜야 하는데 편파적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김우석 통합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심판이 장내에 들어와 한쪽 편 선수의 손발을 잡아 방해하고 있다”며 “이런 선거, 이런 선관위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고 했다.

통합당은 선관위가 여당 편을 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홍영표 민주당 후보(인천 부평을)의 허위 재산신고 의혹과 관련해 지역 선관위가 “선관위의 행정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하자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은 12일 “선관위가 여당 의원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 등이 지난 3월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br〉  통합당은 일부 시민단체가 자당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으나 사법 당국과 선관위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날 중앙선관위와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br〉  왼쪽부터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오세훈 중앙선대위 서울권역위원장, 심재철·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임윤선 선대위 상근대변인, 김웅 송파갑 후보.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심재철·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 등이 지난 3월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br〉 통합당은 일부 시민단체가 자당 후보에 대한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있으나 사법 당국과 선관위가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날 중앙선관위와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br〉 왼쪽부터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 오세훈 중앙선대위 서울권역위원장, 심재철·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 임윤선 선대위 상근대변인, 김웅 송파갑 후보. [연합뉴스]

지난달 25일엔 당 지도부가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심재철 공동선대위원장은 선관위가 여권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당명 변경 건을 수리한 데 대해 “비례한국당의 유사성은 인정했는데 더불어시민당은 왜 유사하지 않나”라고 항의했다. 통합당의 자매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당초 ‘비례한국당’을 당명으로 추진했지만, 선관위로부터 불허 판정을 받았다.

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의 선거운동 방해로 선거 운동을 한 때 중단했던 오세훈 통합당 후보(광진을)도 “황교안·나경원 선거사무소 등 비슷한 사례들이 선관위의 미온적 대처 때문에 더해지는 것을 보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진연 선거 방해 논란이 커지자 선관위는 “선거운동 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선거 범죄로 엄정 대처할 계획”(3월 30일)이란 자료를 냈다.

김기정·이병준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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