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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포사격 지휘, SLBM 징후…총선 앞두고 심상찮은 北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최근 군사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군 당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 등에 대한 동향파악에 나섰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시험 장소인 서해위성발사장과 신포 조선소에서 심상치 않은 징후가 잇따라 포착되면서다.

김정은, 연일 군사행보 #신포에선 SLBM 시험 징후 #서해발사장에선 VIP 시설 공사

4ㆍ15 총선 앞에서 여느 때보다 ‘북풍’ 변수가 낮은 상황이지만,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이 겹쳐있어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조선중앙TV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군단별 박격포병 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며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군 당국자는 10일 “북한이 군부를 앞세워 세 결집을 하는 양상이 뚜렷하다”며 “최고인민회의(10일)와 김일성 생일(15일) 전후로 전략적 수준의 무기 시험을 재개할 수 있어 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28일부터 동해안 일대를 돌며 포사격 훈련 등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날도 김 위원장이 박격포병구분대들의 포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군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이 전술에서 전략 차원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는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포병의 전술 훈련이 아닌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등을 운용하는 전략군이 전면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미 지난달 21일 “전술 및 전략무기체계들은 나라의 방위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우리 ‘당의 전략적 기도’ 실현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5일 촬영한 신포 조선소 사진에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 캡처]

상업용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지난 5일 촬영한 신포 조선소 사진에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시험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제프리 루이스 트위터 캡처]

전문가들은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선다면 SLBM이 발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 소장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 8일 공개한 신포 남부 조선소에 대한 상업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2017년 5월 목격된 팝업 테스트(사출시험)와 유사하다”며 “아마도 SLBM인 북극성-3형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북한이 캐니스터(산탄통)에서 발사할 신형 미사일을 시험하는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통상 SLBM 개발은 지상 사출시험, 수중 사출시험, 실제 잠수함 사출시험 단계를 거친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SLBM 사출 시험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2016년 8월 24일 SLBM인 북극성-1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후 지난해 10월 2일 북극성-3형을 쏘아올렸다. SLBM은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북극성-1형 SLBM의 사거리가 1500~2000㎞라면 북극성-3형 사거리는 2100~2800㎞ 수준으로 평가된다.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개발 중인 3000t급 SLBM 잠수함이 투입된다면 1만㎞ 떨어진 미 본토 서해안 인근까지 은밀히 침투해 ‘치고 빠지기’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실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10월 2일 실시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시설 개선 작업이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한이 지난달 서해발사장에서 일부 도로를 보수하고 새 도로를 깔았다고 설명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발사대로 이어지는 새 도로 중 하나가 위성통제센터와 VIP 주택 구역을 잇고 있는 게 특징이다. 38노스는 “새 도로가 좁은 계곡에 있어 발사 지원용으로는 사용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VIP 관련 도로에 변화가 있다는 건 의전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조만간 이곳에서 어떤 이벤트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서해발사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로켓 엔진 연소 시험을 실시했다. 김 위원장 참관 하에 서해발사장에서 SLBM 등과 연계된 시험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적 상황도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대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위기에 봉착해있는 북한이 돌파구로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꺼내들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어수선한 민심을 결속하는 효과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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