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故 김재익 경제수석 추모집 출판기념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시장경제의 기틀을 세우신 고인의 혜안과 열정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6일 오후 6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 1983년 10월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으로 순직한 김재익(金在益.사진)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의 추모 기념집 '80년대 경제개혁과 김재익 수석'(삼성경제연구소)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할 만큼 고인을 신뢰해 경제정책을 일임했던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 내외뿐 아니라 남덕우.강영훈.이홍구 전 국무총리, 진념.강경식 전 부총리 등 각계 인사 2백여명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이 같은 대성황에 대해 "고인의 경제철학.업적, 그리고 인품을 그리워하는 후배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책 발간에 참여한 南전총리는 "고인은 70년대 고도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80년대 초반 물가안정.국제수지 흑자를 이뤄내고, 국가 주도형 한국 경제를 자율체제로 전환시켰다"며 "지금 겸손하지만 윗사람에게 자기의 생각을 구김없이 직언하고, 부정이란 티끌만큼도 모르는 고인과 같은 공직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38년 충남 연기군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하와이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76년~80년 5월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을 지냈다.

80년 9월 고인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중용했던 全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선 "20년 전에 돌아가신 분에게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소"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수년 전 한 인터뷰에서 고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80년 대통령이 되고 보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죠. 그래서 학자들을 많이 만났어요. 어떤 사람은 물가를 잡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그러면 안 된다고 했죠. 그때 고인과 만나 '물가가 올라 성장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굳혔어요. 고인이 안정.자율.개방의 경제철학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80년대의 내실있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했습니다."

고인의 미망인인 이순자(李淳子)전 숙대 교수는 "남편을 추도하고, 소중한 책까지 만들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편은 청와대에 들어가며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이런 위치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게 아니다. 나는 행운아'라고 말했어요.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었죠. 대통령이 골프를 권했지만 '시간이 드는 운동이라 싫다'고 물리치셨죠."

하재식 기자

<사진설명전문>
김재익 전 대통령 경제수석의 20주기 추모기념집 출판기념회가 6일 오후 6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강영훈 전 총리 부부, 金전수석 미망인 이순자씨,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남덕우 전 총리. [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