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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에 경찰관 정신병, 부산경찰청 감찰 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부산경찰청 경찰관 A씨(38)가 간부인 B씨(53)에게 1년간 괴롭힘을 당해 최근 정신병 판정을 받은 사건을 두고 오는 9일 감찰처분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내·외부 관계자 3~7명으로 구성된 감찰처분심의위원회는 B씨의 행동이 갑질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갑질로 판단되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극단적 선택 시도 뒤 조울증 진단 #간부 갑질 확인되면 징계위 개최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15일 A씨가 부산의 한 음식점 남자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면서 드러났다. 놀란 가족들이 A씨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고, A씨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판명을 받았다. A씨는 평생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위중했다. 병의 원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A씨는 2019년 1월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부산경찰청 경무과에서 근무하는 동안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시간 외 근무가 한 달 평균 60여 시간에 달했다. 아내와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하고, 자고 있을 때 퇴근하는 날이 1년 내내 계속될 정도였다.

A씨는 업무 처리를 위해 가족과의 시간도 모두 포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상사의 모욕이었다.

A씨는 “B씨에게 결재받을 때 필기구를 들고 가면 ‘말도 듣지 않을 거면서 필기구는 왜 갖고 왔냐’고 비아냥거렸다”며 “‘너는 말을 안 들으니 내가 하나하나 적어줄게’ 등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B씨가 다른 부서의 업무 실수를 A씨의 잘못으로 몰아간 이후부터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트라우마가 생긴 이후 B씨에게 결재받을 때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했다”며 “B씨에게 욕을 먹지 않으려고 매일 늦게까지 일했지만 괴롭힘은 1년간 지속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A씨처럼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이 여러 명이라는 점이다. B씨가 부산경찰청 경무과에 근무한 3년간 부하 직원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한다.

경찰 내·외부에서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직원 대부분은 간부에게 B씨의 문제를 이야기해도 소용없다는 생각이 팽배했다”며 “게다가 B씨가 부산경찰청장의 업무 예산 집행을 맡은 데다 청장과 B씨가 가까운 사이라고 인식한 직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부산경찰청은 A씨가 조울증 진단을 받고 한 달이 지나서야 감찰에 착수했다. A씨 가족은 진정서와 진단서를 경찰청에 제출했다.

‘직장 내 괴롭힘’ 주장에 대해 B씨는 “지난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로 추가 업무가 더해져 직원들이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당한 업무 독려를 했을 뿐 갑질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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