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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외국인도 쉬운 검사…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등장한 그림·글자판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 124곳엔 '이상한 그림판'이 있다. 집·학교·사람 등과 'O' 'X' 표시 등 여러 그림으로 이뤄진 건데 한글과 영어, 중국어 버전도 있다. 코로나19 검진을 위한 '그림·글자판'이다. 청각장애인이나 귀가 어두운 고령자, 외국인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이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때 그림이나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의료진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박노극 경기도 장애인복지과장은 "코로나19는 침방울 같은 비말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그림·글자판'은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과의 의사소통 말고도 의료진과 의심환자 간 감염 위험도 낮춰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림·글자판'은 언어치료AAC센터 '사람과 소통'이 지난달 초 처음 만들었다. 이 센터는 현재 코로나19 확산 탓에 2개월째 문을 닫고 있다. 그래도 직원 등은 번갈아 출근한다. 그러던 중 장애인이나 외국인 등은 의사소통 문제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 게 어렵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고 한다. 이후 센터 직원들이 다 함께 고민해 '그림·글자판'을 만들기로 했다.

장애인이나 외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코로나19 의사소통 도움 그림·글자판' [사진 경기도]

장애인이나 외국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코로나19 의사소통 도움 그림·글자판' [사진 경기도]

제작과정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검사에 어떤 그림이나 표현이 필요한지 알려면 조사와 검체 채취 과정을 자세하게 파악해야 했다. 의사와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는 것만으론 부족했다. 한선경(41) 센터장은 "친분이 있는 의사 선생님을 통해 서울시 은평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직접 방문해 검사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직원들이 사비까지 털어 지난달 초 '코로나19 그림·글자 검사판'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의 검수도 받았다. 각 지자체도 앞다퉈 도입했다.

경기도는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와 '사람과 소통의 '그림·글자판'을 받아들여 좀 더 상세하게 만들었다. 영어판과 중국어판으로 외국인들의 의사소통 편리성도 높였다. 그림·글자판은 총 2장으로 한글 자음과 모음 글자와 검진자의 현재 몸 상태를 표현해 진료과정에서 의료진과의 문답 시 사용할 수 있다. 총 12장으로 된 시각지원판도 만들었다. 접수과정과 검진 내용을 표현한 그림을 통해 검진자가 진료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는 도내 선별진료소에 '그림·글자판, 시각지원판'을 보급함과 동시에 검사인력을 대상으로 원활한 사용에 대한 교육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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