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구 원장, 그는 진정한 의사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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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4일 정오 경북도청 직원들이 고 허영구 원장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4일 정오 경북도청 직원들이 고 허영구 원장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 경북도]

토요일인 4일 정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공무원들이 모두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리자 1분간 묵념했다. 이들이 추모한 사람은 경북 경산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한 내과 의사 고 허영구(59) 원장.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첫 의료인이다.

국내 의료진 첫 코로나에 희생 #경북 경산서 환자 마다않고 치료 #문 대통령 “너무 애석하고 비통”

의식에 동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고인은 30년 동안 경산에서 내과 개업의로 활동하면서 성심성의껏 환자를 진료하기로 소문이 날 만큼 인술(仁術)을 베풀어 온 진정한 의사였다”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경산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감기 증세를 보이는 환자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에도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던 중, 본인도 감염돼 폐렴 악화로 어제(3일) 사망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한의사협회도 서울시 용산 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희생된 회원을 추모하는 묵념을 진행했다. 이날 정오 전국의 진료실·수술실 등에서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묵념이 진행됐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한 고인의 높은 뜻에 13만 의사 동료들과 함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깊이 애도하며,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된 우리 의료진이 처음으로 희생되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애석하고 비통한 마음”이라며 “늘 자신에겐 엄격하고 환자에겐 친절했던 고인의 평온한 안식을 기원한다. 국민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 몸 돌보지 않고 헌신하는 의료진들, 특히 수많은 확진자 발생으로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는 대구경북지역 의료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방역 모범국가라는 세계의 평가도 여러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의료진을 격려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SNS를 통해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은 훗날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의 주인공은 분명 의료진들이 될 것이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허 원장은 근육통을 호소한 지난달 18일 코로나19 판정을 받았다. 19일 입원 후 상태가 급속히 악화해 에크모(ECMO·심장보조장치), 인공호흡기, 신장투석 치료를 받았다. 진료 중 확진 환자와 접촉하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과 자녀 2명이 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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