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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위기 언어’ 제주어 보존 위한 제주어대사전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제주시내에 내걸린 '왕방갑서(와서 보고 가세요)' 제주어 간판. 최충일 기자

제주시내에 내걸린 '왕방갑서(와서 보고 가세요)' 제주어 간판. 최충일 기자

“‘혼저옵서예’(어서 오세요)는 하영 고르는 말이 난 알아지겠지예(많이 하는 표현이니 아시겠죠). 겐디(그런데) ‘메께라’(놀라라), ‘와리지 마이’(조바심 내지 마라), ‘속솜해이’(조용히 이야기해라)는 알아지쿠과?(알아들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런 봐도 모르겠고 들어도 못 알아챌 외국어 같은 제주어를 가득 담은 ‘제주어 대사전’이 발간된다.

2024년 하반기 발간 목표 #어휘 4만개 이상 수록 예정 #제주도민 1~2%만 제대로 써

 제주도는 4일 “2024년 하반기까지 집필과 교정을 거쳐 ‘제주어대사전’의 편찬을 마무리 하겠다”고 밝혔다. 시작은 2018년이었다. 제주어대사전에는 2009년 첫 발간된 ‘제주어사전’(2만5350개 어휘)의 자료를 수정·보완하고 사용 예시를 추가해 관용어와 속담 등 어휘 4만 개 이상을 담는다.

 현재 표제어 1055개 집필이 완료된 상황이다. 올해까지 5000개 어휘 사용법 수록과 수정 보완 작업 등이 이뤄진다. 표제어는 사전에 담기 위해 알기 쉽게 풀이해놓은 말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사진과 삽화 등 보조자료 구축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이용자의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사전편찬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뜻풀이도 쉬워지고 용례도 추가된다. 표제어 옆에 사용지역도 표기하게 돼 지역별 언어 다양성을 보존하며 뜻풀이도 쉬워진다. 또 제주어 어휘를 전자 자료화해 종이사전이 만들어진 이후 웹 사전 발간을 위한 토대도 마련된다.

 유네스코(UNESCO)는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위기 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심각한 소멸위기의 언어’로 올렸다.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한 나라의 방언(vernacular)을 넘어 고유 언어(language)로서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제주도에서도 제주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제주어보전회에 따르면 도민의 1~2%만이 제주어를 제대로 쓴다. 이마저도 대부분 8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사실상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제주어는 언어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른 지역에서 사라진 아래아(·) 등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의 고유한 형태가 남아 있어 ‘고어의 보고’로 불린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방언으로 보지 않고 ‘제주어’ 자체로 보는 관점도 있다.

 현경옥 제주도 문화체육대외협력국장은 “제주어대사전 편찬사업은 제주어 기록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제주어의 이해를 돕는 데 필요한 근간이 될 것”이라며 “제주의 고유문화와 역사를 계승해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주어에 대한 관심을 고취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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