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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만에 무죄 판결 '재일동포 간첩조작'…11억원 보상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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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1970년대 이른바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으로 15년 동안 옥살이를 한 80대 남성이 45년 만에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부는 지난 20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5년의 형을 복역한 정모(82)씨 구금에 대한 보상으로 11억 3560만원, 비용에 대한 보상으로 7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재일동포인 정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반국가단체 '재일조선인유학생동맹중앙본부'에 가입해 북한노동당 지령에 따라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에 체포됐다. 정씨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한 것처럼 꾸며졌으나 실제로는 보안사 소속 수사관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씨는 곧바로 재판에 넘겨져 이듬해인 1974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정씨는 2016년 9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18년 4월 대법원이 재심 개시를 확정하면서 다시 재판을 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원심을 깨고 45년 만에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반인에 대해 수사권한이 없는 보안사 소속 수사관이 실제로 한 경찰 수사는 위법한 절차"라며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으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정씨가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것에 대해서도 "압박이나 정신적 강압 상태에서 자백한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수사기관에서의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법정 단계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기각해 정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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