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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36억 현금 베팅…강남보다 더 오른 송도 펜트하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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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해 말 준공한 국내 최고층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84층 펜트하우스 공시가가 54억원이다. 시세로 환산하면 70억원에 가깝다.

지난해 말 준공한 국내 최고층 아파트인 해운대 엘시티. 84층 펜트하우스 공시가가 54억원이다. 시세로 환산하면 70억원에 가깝다.

흐린 날이면 구름 속에 가려지기도 하는 ‘하늘 위 궁전’ 펜트하우스(꼭대기층 고급주택). 드러나지 않는 몸값을 가늠할 기회가 1년에 한 번 열린다. 공시가격이 나올 때다.
펜트하우스는 가구 수가 극소수이고 거래가 거의 없어 시세가 오리무중이다.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 모두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단지에서도 펜트하우스를 제외한다. 시세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다.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시세 오리무중인 '하늘 위 궁전' 펜트하우스 #공시가격과 현실화율 공개로 몸값 윤곽 #한남더힐 80억원대, 지방에선 10억원대도 #층별 공시가 격차 벌어져 조망권 보유세 눈덩이 #

일반 주택형의 단위면적당 가격을 펜트하우스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 펜트하우스가 대개 희소가치 등으로 인해 단위면적당 가격이 일반 주택형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84층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펜트하우스 3.3㎡당 분양가(7000만원)를 일반주택형(평균 2765만원)보다 2배가량 높게 책정했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반영한 가격이어서 현실화율을 알면 역으로 시세를 가늠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9일 열람에 들어간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구간별 현실화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파트 펜트하우스 시세 최고 83억원  

올해 전국 주요 펜트하우스는 대부분 공시가격 9억원을 넘겼다. 울산시 남구 신정동 대공원코오롱파크폴리스 38층 296㎡(이하 전용면적)만 유일하게 9억원 미만인 8억4300만원이다. 고층 펜트하우스 가운데 주택형이 가장 큰 집이다.

최고가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 65억6800만원이다. 최고층인 84층 엘시티 244㎡가 58억4000만원이다.

올해 주요 펜트하우스 공시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주요 펜트하우스 공시가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실화율을 반영한 시세가 최고 한남더힐 83억원이고 울산 대공원코오롱파크폴리스가 12억원이다. 한남더힐과 대공원코오롱파크폴리스의 3.3㎡당 시세는 8200만원과 1000만원으로 8배 차이다.

올해 수도권 펜트하우스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가 늘면서 펜트하우스 실거래가격이 뛰었고 현실화율도 올라갔다. 펜트하우스 시세가 대개 30억원이 넘어 지난해(69.2%)보다 10%포인트 높은 79.5%의 현실화율을 올해 적용받았다. 현실화율 변동만으로 15% 상승 요인이다.

상승률 1위가 인천시 연수구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2차 295㎡로 조사됐다. 지난해 16억5600만원에서 올해 23억900만원으로 39.4% 상승했다. 한남더힐(상승률 18%),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269㎡, 30.2%),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234㎡, 30.1%) 등 강남 아파트를 모두 제쳤다.

지난해 36억원에 거래된 실거래가 덕이다. 이 펜트하우스는 2008년 초 분양돼 2011년 입주했다. 분양가가 23억원이었다. 입주 후 거래가 없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거래됐다. 12년 새 13억원(60%) 올랐다.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매수자는 같은 단지에 살던 중국인이다. 대출 없이 36억원 전액 현금으로 매수했다.

더샵센트럴파크 2차에 이은 2위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222㎡)다. 지난해 28억800만원에서 올해 37억6000만원으로 33.9% 오른다. 지난해 실거래가 최고가가 50억원이었다. 2018년 가장 높은 가격이 43억원이었다.

올해 펜트하우스가 공동주택 공시가격 3위에 오른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2006년 후 13년만인 지난해 펜트하우스와 비슷한 주택의 거래가 이뤄졌다. 226㎡가 2006년 44억원에 이어 지난해 70억원에 거래됐다. 13년 새 36억원(60%) 뛰었다.

커지는 조망권 가치 

펜트하우스 외에 고층 아파트에 딸린 다른 희소가치가 조망권이다. 올해 꼭대기층에서 같은 단지 내 같은 크기의 다른 가구보다 뛰어난 조망권을 누리는 데 따른 보유세 부담이 훨씬 커진다. 층간 공시가격이 많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오를 때 조망권 선호도가 높아져 층간 시세 차이도 커지는 추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저층과 고층의 시세 차가 많이 나면서 서로 다른 현실화율이 적용돼 공시가격 격차가 벌어기도 한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용산 래미안첼리투스. 조망권 가치가 반영돼 꼭대기층 공시가격이 맨아래층보다 30% 높다.

한강을 내려다보는 용산 래미안첼리투스. 조망권 가치가 반영돼 꼭대기층 공시가격이 맨아래층보다 30% 높다.

층에 따라 조망 범위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단지가 해운대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엘시티다. 9~83층에 배치된 161㎡에서 83층 공시가격이 18억3000만원으로 9층(10억900만원)보다 80% 넘게 더 높다. 2015년 분양 때 업체는 분양가 차이를 63% 뒀다. 한국감정원이 고층의 조망권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이다.

9층과 83층 올해 보유세가 340만원과 1200만원으로 83층이 3배 이상 더 많다.

김종필 세무사는 "지난해 12·16대책의 종부세 세율 인상이 확정되면 83층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세율이 9층의 2배인 1.2%로 훨씬 더 높아 세금이 많이 차이 난다"고 설멸했다.

서울에서 한강을 앞에 두고 있는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올해 124㎡ 56층 공시가격이 25억6600만원으로 2층 19억6400만원보다 30% 더 높다. 지난해 격차는 25%였다.

올해 한강변 래미안첼리투스 층별 공시가격.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한강변 래미안첼리투스 층별 공시가격. 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보유세가 56층 1900만원, 2층 1200만원이다. 56층 주민은 2층보다 멋진 한강 조망을 즐기는데 한해 세금 700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한강을 북쪽으로 두고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84㎡ 공시가가 한강 조망이 좋은 동 20층과 한강 조망이 나오지 않는 다른 동 2층에서 27%(5억5000만원) 차이 난다. 지난해 격차는 18%(3억원)이었다. 올해 보유세 차이는 300만원이다.

조망권에 따른 공시가격 격차 확대는 시세와 임대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이 늘어난 세금을 매매가격과 전·월세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의 매매가와 전·월세 강세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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