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꼼수 비례당, 뒤집기 공천…유권자가 심판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79호 34면

어제 4·15 총선 후보 등록이 마감됐다.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 이번 총선은 내달 2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일 뿐 아니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달린 중대한 선거다. 하지만 코로나 19사태에다 참담한 비례정당 진흙탕 싸움까지, 유달리 기막힌 총선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로 정책·이슈 실종 깜깜이 선거 #도대체 뭘 보고 표를 줘야 할 지 막막 #그래도 현명한 심판의 주인은 유권자

우선 코로나 사태로 유권자들의 일상이 지워지면서 정상적인 선거 진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자들이 유권자를 만나기조차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인물이나 정책은 뒷전으로 밀렸다. 경제나 안보이슈가 실종됐고 심판론도 보이지 않는다. ‘깜깜이 선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더해 비례 위성정당 논란과 공천 잡음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다짐은 오간 데 없고 오직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한 정치 공학만 난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스스로 “쓰레기”라고 했던 비례연합정당에 참가하면서 동지였던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손을 잡은 후인 그저께는 의총에서 ‘의원 꿔주기’를 의결했고 결국 의원 8명을 보내기로 했다. 미래통합당의 의원 꿔주기에 대해 “후안무치한 정치”라며 황교안 대표를 고발까지 해놓고, 비례 의석 싸움에서 밀릴 처지가 되자 그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도대체 무슨 염치인가. 이 판국에 친 조국 성향의 열린민주당은 민주당의 제2 위성 정당을 자처하면서 “조국 사태는 검찰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친 조국 인사들이 한 축인 더불어시민당에 이어 친 조국인사를 잇따라 공천한 열린민주당까지 가세하면서 범여권은 총선을 ‘조국 선거’로 만들어갈 태세다.

미래통합당도 공천 막바지 극심한 분열로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 대표가 공관위의 결정을 반대하고 나서자 공관위는 황 대표의 측근인 민경욱 의원의 공천을 무효화하며 반격했고 황 대표가 다시 민경욱 공천을 재확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또 미래한국당 비례 공천을 놓고선 한선교 대표 체제의 결정을 황 대표가 뒤엎으면서 티격태격하는 상황도 연출했다.

현장에선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4일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선거사무실 앞에는 계란이 무더기로 날아들었고, ‘문재인 폐렴, 민주당 OUT’이라는 글이 붙었다. 서울 광진을과 동작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의원은 선거운동을 방해받아 당이 이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일부 진보 성향 단체의 선거운동 방해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민주화나 무상복지 같은 정책 쟁점은 오간 데 없이 여야는 ‘비례대표 꼼수 쇼’와 ‘뒤집기 공천’으로 매를 벌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 때문에 유권자들의 마음이 흉흉한데 꼼수와 막장이 난무하는 선거판을 보면 ‘뭘 보고 찍나’라는 한숨만 나올 판이다. 코로나 사태로 투표율도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재외국민 선거도 어려워졌다.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지혜를 발휘하고 더욱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꼼수에 막장, 혼탁하기 그지없다고 투표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런 정치권을 심판할 수 있는 힘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소중한 한 표로 정치권을 각성시켜야 한다. 현명하기도 하지만 무서운 게 민심이다. 오만하면 매섭게 심판받는다는 사실을 정치권에 다시 주지시켜야 마땅하다. 어느 선거보다 냉철한 심판이 내려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꼼수에 꼼수를 양산해 이번 총선의 수준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누더기 선거법은 21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개정해야 한다. 위성정당, 의원 꿔주기 등 한국 정치의 밑바닥을 드러낸 불상사가 다시는 대한민국의 선거에서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