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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인권은 고려 안 해” n번방 의심 200여 명 신상 공개한 ‘주홍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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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n번방이 개설됐던 텔레그램에 이번에는 성 착취 범죄 혐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신상 정보 공개 방이 만들어져 논란을 낳고 있다. 텔레그램 ‘주홍글씨’ 방에는 26일 현재 n번방 관련 범죄 혐의자로 지목된 200여명의 범죄 정황과 신상 정보들이 공개돼 있다. 이름과 나이는 물론이고 주소·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직업·사진 등 민감한 정보들까지 여과 없이 적시돼 있다.

텔레그램에 방 만들어 공개 논란 #허위사실 유포, 2차 피해 우려도

‘주홍글씨’는 자경단(自警團)을 자처하면서 “n번방 등 사이버 성범죄자에 대한 검거를 돕기 위해 신상공개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활동 인원은 20여명이며 주로 제보를 받아 자료를 축적한다고 밝혔다. 신상이 공개된 200여명은 대부분 중·고등학생이지만 의사·경찰·군인·회사원 등도 포함돼 있다.

주홍글씨는 무차별적 신상 공개와 관련해 “범죄자의 인권은 고려하지 않는다”며 “삭제되고 싶으면 1만BTC(비트코인 단위로 현금 800억원 정도)를 내면 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워줄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의사는 병원에 찾아온 아동을 성추행하고 영상을 찍은 뒤 텔레그램에 공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n번방 회원이 썼다는 “변태적인 영상을 좋아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반성문도 올라와 있다. 성 착취 피해자를 찾아가 성관계하도록 초대된 남성을 뜻하는 ‘초대남’의 사진도 있었다. n번방 자료를 소지했다는 고등학생의 청소년증 사진도 보인다. 남성뿐 만이 아니라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20대 여성의 전라 사진과 얼굴 사진, 휴대전화 번호도 게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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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는 제보자 김재수(가명)씨는 중앙일보에 “n번방 회원들에게 ‘주홍글씨’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이버 성 착취 범죄 근절을 위해 민간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주홍글씨에는 피해자라는 여성의 사진도 올라오는 등 2차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범죄 혐의자의 여자 친구나 가족 등 무고한 사람의 사진도 공유되고 있다. 허위사실 유포 위험성도 있다. 지난 22일에는 “‘박사’의 이름은 조OO이며 한 4년제 대학 지방캠퍼스 14학번”이라는 글이 올라왔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사와 처벌은 수사·사법 기관의 몫”이라며 “특히 지금처럼 검찰과 경찰이 고강도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수사 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편이 온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중·이가람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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