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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르포]현역 2명·청년후보 1명…동대문을, 누가 유리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 명의 현역과 한 명의 청년 정치인.

서울 동대문을은 3파전 양상이다. 현역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무소속을 택했다. 자칫 여권 표가 갈릴 수 있다.

반면 통합당에선 서초갑에서 험지 차출 케이스로 옮겨 온 이혜훈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젊은 정치인 장경태를 내세웠다. 세 후보 모두 여건 등이 달라졌기에 판세는 점치기 쉽지 않다. 중앙일보가 지난 24일 세 후보의 선거운동 현장에 동행하며 지역 내 바닥 민심을 들어봤다.

서울 동대문을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 민병두 무소속 의원 등 2명의 현역과 한 명의 '청년 대표'가 출마했다.

서울 동대문을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이혜훈 미래통합당 의원, 민병두 무소속 의원 등 2명의 현역과 한 명의 '청년 대표'가 출마했다.

동대문을은 전농·답십리·장안동을 중심으로 한 전통시장과 상권이 넓게 포진해 있다. 회기·이문동·청량리 등 대학가 중심인 동대문갑과 대조를 이룬다. 동대문을의 유권자는 14만여명으로 과거엔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였다. 16~18대 총선에서 모두 미래통합당 전신인 한나라당 출신의 보수 후보가 당선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역 내 분위기가 바뀐 건 2010년을 전후로 답십리 뉴타운 등 재건축·재개발 붐이 일면서다. 동시에 장안동 일대의 대규모 성매매 업소들이 상당 부분 정리됐고 이 자리에 먹자골목 등의 상권이 형성됐다. 1인 가구에 특화한 오피스텔도 대거 들어섰다. 지역 내에 2040과 신혼부부 등이 유입되면서 진보 성향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15년 민주당 외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후보인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은 아침 출근길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24일에도 장 위원장은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아침 7시부터 3시간 동안 주민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후보인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은 아침 출근길 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 24일에도 장 위원장은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에서 아침 7시부터 3시간 동안 주민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김성룡 기자

‘당에서 키운 인재’를 표방하는 장경태(37) 전국청년위원장이 민주당 공천권을 따냈다. 그는 지난 15년간 민주당 대학생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 청년특보, 당 부대변인, 전국청년위원장 등을 거쳤다.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를 제외하면 사실상 민주당의 '청년 대표'인 셈이다. 장 위원장은 “절대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도 “지옥 같았던 경선 과정에 비하면 지금은 선거운동에만 올인할 수 있어 몸은 피곤해도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대문 지역을 '제2의 고향'이라 표현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고향인 전남 순천을 떠나 동대문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해 10년 넘는 시간을 보냈다. 장 위원장은 "과거부터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동대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가 누구보다 깊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예비후보 등록 이후 한 달 넘게 하루 3시간씩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되는 출근길 인사는 지난 24일에도 계속됐다. 장 위원장은 이날 선거 캠프 자원봉사자 등 5명과 함께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내부에 자리를 잡았다. 자원봉사자들이 명함을 나눠주고, 장 위원장은 오가는 주민들과 눈을 마주치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이 지역구라고 피해갈 리 없다. 정치 신인으로 얼굴을 알려야 할 장 위원장 역시 얼굴의 절반을 덮는 마스크를 쓴 채였다. 바쁘게 오가는 출근 인파 사이로 지하철역 안에는 “민주당에서 키운 인재 장경태입니다. 건강히 다녀오십시오”라는 인사말만 울려 퍼졌다.

"지역 발전 책임지겠다" 경제통 이혜훈

3선의 이혜훈 후보는 서초갑을 떠나 이번 총선에 동대문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개발·교육·교통 문제의 해결사라는 점을 꼽았다. 김성룡 기자

3선의 이혜훈 후보는 서초갑을 떠나 이번 총선에 동대문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개발·교육·교통 문제의 해결사라는 점을 꼽았다. 김성룡 기자

미래통합당 후보이자 3선의 이혜훈 의원은 고군분투중이다. 그는 지난 12년간 기반을 닦아온 서초갑 지역구를 떠나 이번에 동대문을에 도전한다.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과의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에 탑승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에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이 지역 민병두 의원과 장 위원장의 분열 구도가 이 의원에게 유리한 환경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 의원은 “3자 구도라 편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 답을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한 대면 접촉에 강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다만 지역구를 옮겼기 때문에 동대문을에선 신인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장안동사거리 일대에서 선거운동을 했는데, 주민 중에는 이 의원을 여전히 ‘서초갑 국회의원’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의원은 자신의 강점을 경제통 의원으로서 개발·교육·교통 문제의 해결사라는 점을 꼽았다. 지난 12년간 서초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쌓은 노하우를 통해 동대문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서울의 심장이자 3대 관문의 하나인 동대문은 그에 맞는 위상을 누려야 하고 지역 현안 해결을 통한 개발이 시급한 지역”이라며 “서초 발전의 노하우로 확실한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역 프리미엄' 무소속 민병두 

동대문을 지역구 현역인 민병두 의원은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단행했다. 지난 8년간 동대문을 지역구를 맡은 '현역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동대문을 지역구 현역인 민병두 의원은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무소속 출마를 단행했다. 지난 8년간 동대문을 지역구를 맡은 '현역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천배제 후 무소속 출마를 단행한 민병두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활용한 선거운동에 한창이다. 이날 전농로타리시장을 돌며 상인을 만나는 동안 민 의원이 건넨 인사말은 “저예요”, “저 왔어요” 등이었다. 2012년, 2016년 총선에서 연이어 당선되면서 이 지역 상인 등을 수시로 만나며 지역구 관리를 해온 덕분이었다.

민 의원은 상인과 지역 주민에게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쳤다. 공천배제 과정에 대한 언급 없이 당이 지역구를 청년 우선 공천 지역으로 정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나이 들었다고 이제 공천 안 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초보 운전자에게 우리 동대문을 맡길 순 없지 않냐. 해 오던 사람이 한 번 더 할 수 있게 도와달라. 두 배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

민 의원은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돌아갈까. 최근 이해찬 대표는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들에 대해 영구 제명 방침을 밝혔다. 민 의원은 “부모가 집 나간 자식 호적에서 파버리겠다곤 하지만 성공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잔치를 열어서 반겨주듯이 당의 입장도 바뀔 것”이라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지만 개인적으론 당이 청년 정치인에게 연습할 기회를 줬고, 민병두에겐 당선 기회를 우회적으로 준 것이라 본다”고 했다.

다만 3파전 양상의 동대문을 막판 변수는 민 의원과 장 위원장의 단일화 여부다. 판세에 따라 두 후보간의 극적인 결합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진우·정희윤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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