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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슬프다", 10년 전 천안함 추모 소년…이제는 해사 생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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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천안함 폭침 당시 분하고 슬픈 마음을 품고 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초등학생이 이제는 어엿한 해군사관학교 생도가 됐다. 지난달 14일 해사 78기로 입학한 권현우(20) 생도 이야기다.

권현우 생도가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심정을 담은 그림일기. [해군 페이스북 캡처]

권현우 생도가 2010년 천안함 피격 당시 심정을 담은 그림일기. [해군 페이스북 캡처]

25일 해군에 따르면 권 생도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그 심정을 그림일기에 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권 생도가 쓴 일기장에는 “너무너무 슬프다. 천안함이 인양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들의 부모님들은 많이 울었다. 나도 우리나라에 큰 슬픈 소식이 있어서 슬프다”라고 적혀있다. ‘772’라는 선체번호가 새겨진 채 인양되는 천안함 그림과 함께였다.

권 생도는 “부모님이 천안함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그때 큰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와 원망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때의 충격을 그림일기에 옮겼던 것”이라며 “천안함이 제가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한 가장 큰 계기였다”고 회고했다. 군인의 길을 마음 먹은 권 생도는 2018년도에 해사에 도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가 재수 끝에 다시 도전해 꿈을 이뤘다.

이 같은 사실은 해군 공식 페이스북에서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천안함 챌린지 게시물에 댓글로 올라와 알려졌다. 해당 이벤트는 사이버 공간에서 천안함 추모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천안함재단과 해군이 함께 기획했다.

지난 16일 해당 댓글을 작성한 권 생도의 어머니 윤은주(51) 씨는 이곳에 그림일기를 첨부하면서 “10년 전 금요일 밤 속보, 안타깝고 두려웠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며 “46명의 장병의 희생,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그리고 “아들이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의 숭고함을 받들고,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이 되기를 바라며 평화로운 영해를 수호하던 천안함 모든 승조원 장병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며 “46명의 장병과 한주호 준위의 희생과 헌신,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충남 아산에 사는 윤 씨는 “10년 전 천안함 소식을 접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떨었을 청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그래서 아들에게도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평소에도 아이 일기장을 넘겨보며 천안함과 46용사들을 생각하곤 했다”며 “그래서 이번 해군 챌린지 이벤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해사 78기로 입학한 권현우(20) 생도. [사진 해군]

지난달 14일 해사 78기로 입학한 권현우(20) 생도. [사진 해군]

권 생도는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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