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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손정의도 내던질까···황금알서 '애물' 된 中알리바바

중앙일보

입력

마윈 [사진 링간미스즈쥐에]

마윈 [사진 링간미스즈쥐에]

2014년 9월 18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를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식 한 주당 매겨진 가격은 68달러(약 8만5000원). 전체 기업 가치는 1680억 달러에 달했다. 한국 돈으로는 210조원에 이른다. 당시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시가총액 1500억 달러를 단숨에 넘어섰다.

알라바바는 상장과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업체 위치로 올라섰다. 알리바바 최대주주이자 회장인 마윈은 보유 주식 가치가 130억 달러에 이르며 세계적 부호 자리에 올랐다. ‘유통 공룡’ 알리바바의 화려한 뉴욕 증시 데뷔였다.

이랬던 알리바바가 6년여 만에 증시의 애물단지가 됐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 그룹은 알리바바 주식 약 140억 달러어치를 매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 주식으로 마련한 현금으로 자금난 타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 22.1%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 회장은 알리바바 주식을 꾸준히 처분해왔던 탓에 개인 자격으로는 손 회장이 최대주주다.

 알리바바 그룹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연합뉴스

알리바바 그룹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 가까이 하락했다. 연합뉴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주당 6000엔에 육박했던 주가는 19일 2687엔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확산세에 속도가 붙었던 이달 주가가 가파르게 내려가며 반 토막이 났다. 알리바바 주가 급락도 소프트뱅크 주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

위워크 등 투자 실패로 손실을 떠안은 손 회장은 알리바바 지분 매각으로 급한 돈 막기에 나섰다. 6년 전 알리바바 기업공개로 750억 달러에 이르는 평가 이익을 봤던 손 회장이다. 알리바바가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란 판단에 손 회장이 손 털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 투자 ‘대박’으로 주목받았던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도 비슷한 처지가 됐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테마섹이 보유한 12개 주요 기업 지분 가치가 올 1월 2일 738억 달러에서 지난 20일 기준 503억 달러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테마섹이 보유한 알리바바, 싱가포르 에어라인 등 주요 기업의 지분 가치가 추락한 때문이다.

23일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식은 176.34달러에 거래됐다. 올 들어 16.8% 주가가 빠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 내 상거래가 위축되면서 알리바바 매출ㆍ순익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따라서다.

같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 주가 흐름과는 반대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들어 23일까지 1.03% 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셧다운’ 충격에 금융ㆍ제조업 할 것 없이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지만 아마존은 무풍지대다. 이동 제한, 차단 방역 영향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온라인 상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대부분 전자상거래 업체 주가는 최근 들어 반등하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주식 처분에 나선다. 사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주식 처분에 나선다. 사진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알리바바는 예외였다.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에는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기업뿐 아니라 기업 대 기업 거래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19 영향에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며 알리바바 실적에도 악영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 전체에 대한 우울한 전망도 투자자들의 알리바바 주식 외면에 한몫했다.

알리바바의 순익 전망도 밝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아마존의 순익은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알리바바의 순익 증가율 전망치는 3%에 그쳤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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