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천지·TK 빼면 확산세 꺾이지 않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지난 15일 100명 아래로 처음 떨어진 뒤 100명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정점(909명)을 찍은 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신천지교회 신도를 연결고리로 한 대규모 감염 불씨는 어느 정도 잡혔지만,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 발병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두 달, 확진자 분석해 보니 #신천지 제외 하루 97명씩 늘어 #첫 확진자 나온지 두 달 분석 #감염원 지역사회 곳곳에 퍼져 #일주일간 비신천지 773명 감염 #최근엔 해외유입 사례까지 늘어

22일 98명의 새 확진자가 나와 8897명으로 늘었다. 이 중 신천지교회와 관련한 확진자가 5051명(56.8%)이다. 지역적으로 봐서 대구·경북(TK) 확진자가 7641명(85.9%)이다. 신천지와 TK 지역 변수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두 가지 변수를 걷어내고 일일 신규 발생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하면 지역사회 유행 국가의 일반적 패턴이 보인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22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난 10일 이후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 대구시 첫 환자인 신천지 신도 31번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18일 이후 보건당국이 ‘신천지와의 전쟁’을 벌인 결과 큰 불길(신천지)은 잡았다. 그러나 그새 지역사회 곳곳에 퍼진 감염원이 2, 3차 전파를 일으켰다.

TK 밖에서 하루 30~40명 확진 “수도권 집단감염 가장 우려”

비신천지 신규 환자 발생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비신천지 신규 환자 발생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관련기사

실제 한 달간(2.19~3.22) 하루 신규 환자 현황을 신천지·비(非)신천지로 나눠 살펴보면 지난달 19일 4명에 불과했던 비신천지 환자는 이달 2일 381명까지 증가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하향 추세를 보이긴 하지만 두세 자릿수 증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16일 69명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증가세를 보여 21일 139명까지 늘었다. 최근 일주일(15~22일) 비신천지 확진자는 773명 늘었고, 하루 평균 97명 증가한다.

반면에 많게는 하루에 500명 이상 무더기로 쏟아졌던 신천지 관련 환자는 지난 15일부터 10명 밑으로 뚝 떨어졌다. 22일 전체 확진자 98명 중 신천지는 14명, 비신천지는 84명이었다. 21일에는 각각 8명과 139명이었다. 이런 탓에 전체 확진자 가운데 비신천지 비중은 22일 기준 43.2%로 올라섰다.

대구·경북 이외 지역(검역소 포함)일일 신규 확진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구·경북 이외 지역(검역소 포함)일일 신규 확진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역별로 봐도 비슷하다. TK 이외 지역 일일 신규 환자는 지난달 19일에만 해도 2명이었지만, 이후 계속 늘면서 두 자릿수대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11일(93명) 정점을 찍었고, 그 이후에도 줄곧 하루 30~40명의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신천지 교단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대규모의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으로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었던 위험을 비교적 단기간에 통제해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하는 중이라고 판단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럽을 비롯해 해외 유입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해외 유입 확진자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거주자가 많다는 점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신천지발(發) 대형 감염이 끝나면서 자칫 착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천지 같은 대규모 집단감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대구 신천지가 끝나가면서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줄었지만, 지역적으로는 클러스터(집단 확진)가 만들어지고 있다. 조건만 맞으면 대규모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 감염 상황에서는 증상이 있는 경우 해외나 대구 여행력과 상관없이 검사하는 등 검사 대상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원을 찾는 역학조사에서 클러스터를 찾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환자가 생기면 직장 등 환자가 속한 지역사회 여러 집단 내에서 증상이 있는 환자를 빨리 조사해 새 클러스터 발생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대구·경북 이외 지역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대구·경북 이외 지역 신규 확진자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천 교수는 “질병 특성상 장기전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때 유행을 종식했던 것과 달리 지역사회에서 조금씩 환자가 발생하고 이를 찾아 방역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결국 누구든 감염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방법뿐”이라며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다중이용시설 등 집단발병이 잘 생기는 시설을 철저하게 위생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의원급에서 독감 검사를 하듯 선별 목적의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 정도 규모 신규 발생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신종플루 때처럼 지역사회 감염을 통제하기 위해 전국적인 의원급이 나서서 진단하고 감시하며 조기 진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연·정종훈·이우림·백희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