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피해 배상을" vs "지랄병 같은 제의"···미·중 코로나 막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중이 무역 전쟁에 이어 이젠 코로나 전쟁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싸고 양국 모두 험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에선 “중국인이 배불리 먹지 못해 박쥐나 뱀을 잡아먹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종 코로나 미국 상황 점차 악화하며 #미국의 중국 때리기 강도 수위 올라가 #"미국 피해 중국에 물어내라 강요해야” #중국, “가장 지랄병 같은 제의”라며 반발 #트럼프 정부가 코로나 막지 못하게 되자 #중국에 책임 떠넘기고 있다고 맹비난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신종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부터 신종 코로나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매우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중국에선 미국의 한 의원이 제기한 중국 압박 정책에 대해 “가장 지랄병 같은 제의가 출현했다”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싸움은 미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며 점점 더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 미·중 다툼은 1월 말 시작됐다. 중국이 1월 23일 우한(武漢) 봉쇄에 나서는 등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2019년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군 대표단이 바이러스를 퍼뜨린 게 아니냐는 소문이 중국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주미 중국대사 추이톈카이는 톰 코튼 미 의원이 신종 코로나를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된 생물무기"라고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미친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주미 중국대사 추이톈카이는 톰 코튼 미 의원이 신종 코로나를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된 생물무기"라고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미친 소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그러자 1월 31일 톰 코튼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우한 실험실에서 유출된 생물무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주미 중국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는 “완전히 미친 소리”라며 반발했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유지하던 미·중 싸움은 이탈리아 등 유럽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공황에 빠지면서 다시 점화됐다. 지난 2일 미 폭스 뉴스의 앵커 제시 워터스가 “중국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인터넷 스타로 불리는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갔을 것"이란 도발적 트윗을 날린 데 이어 20일에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등 미국을 공격하는 트윗 세 개를 잇따라 올렸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인터넷 스타로 불리는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12일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갔을 것"이란 도발적 트윗을 날린 데 이어 20일에도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한 푼의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등 미국을 공격하는 트윗 세 개를 잇따라 올렸다. [연합뉴스]

그는 신종 코로나와 같은 역병이 중국에서 발생한 건 “중국인이 배불리 먹지 못해 박쥐나 뱀을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이 “중국의 이름을 더럽히는 건 바이러스 자체보다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또 “중국 사과론은 근거도 없고 도리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09년 미국에서 폭발한 H1N1 독감이 214개 국가에 퍼지며 1만8449명이 사망했지만, 미국에 사과를 요구한 나라는 없다”라고도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이 역병을 숨겨 세계가 재앙을 맞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한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며 "중국이 역병을 숨겨 세계가 재앙을 맞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중국 때리기에 불이 붙었다.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우한 바이러스”란 표현을 썼다. 7일엔 폭스 뉴스의 앵커 터커 칼슨이 “중국 바이러스는 중국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 미 공화당 하원의원 폴 고사도 “우한 바이러스” 사용을 고집했고 11일엔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이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발원한 게 아니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에서 기원한 것임을 명확하게 말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은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는 미국에서 기원한 게 아니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기원한 것이른 점을 명확하게 말한다"고 했다. [A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보좌관은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는 미국에서 기원한 게 아니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기원한 것이른 점을 명확하게 말한다"고 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까지는 “외국 바이러스”라고 말했으나 16일부터 “중국 바이러스”라고 일컫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에선 원고에 쓰여있던 ‘Corona Virus’의 ‘Corona’를 자신이 직접 ‘CHINESE’라고 수정한 게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의도적으로 ‘중국 바이러스’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에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믿느냐”는 질문에 “그게 정말이기를 바란다”고 하면서도 “그걸 누가 알겠냐”고 말했다. 믿지 못하겠다는 뉘앙스였다.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원고에 쓰인 'Corona' 글자가 'CHINESE'로 수정된 게 워싱턴포스트 기자 자빈 보츠포드의 카메라에 잡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원고에 쓰인 'Corona' 글자가 'CHINESE'로 수정된 게 워싱턴포스트 기자 자빈 보츠포드의 카메라에 잡혔다. [중국 환구망 캡처]

신종 코로나 관련 미국의 중국 때리기 논리는 폼페이오 장관의 말에 잘 정리돼 있다. “역병에 대해 중국이 제일 먼저 알았지만, 은폐로 일관해 귀중한 두 달을 놓쳤다. 그 결과 수백만이 우한을 빠져나갔고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이 재앙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공산당은 투명한 정보 공개를 억누르려 하지 바이러스를 억누르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이 일 처리를 잘못해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미국이 의료 전문가를 보내 중국을 도우려 했지만, 동의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짐 뱅크스 미 의원(오른쪽)이 지난 16일 폭스 뉴스의 프로그램에서 신종 코로나 피해와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짐 뱅크스 미 의원(오른쪽)이 지난 16일 폭스 뉴스의 프로그램에서 신종 코로나 피해와 관련해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에선 단순한 중국 비난을 넘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폭스 뉴스의 ‘터커 캐리슨 투나잇’ 프로그램에서 짐 뱅크스 미 공화당 하원의원은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표현에 따르면 아주 ‘악독한 수단’을 미 정부에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신종 코로나가 미국에 끼친 피해에 대해 중국에 물어내라고 강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그러한 방법의 하나로 “대통령이 중국에 대부분의 미국 채무를 감면하라고 강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지난 2월 27일 "신종 코로나가 출현은 중국에서 했어도 발원도 꼭 중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묘한 말을 해 발원지 논쟁에 새로운 불을 붙였다. [중국 중신망 캡처]

중국 호흡기 질병의 권위자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는 지난 2월 27일 "신종 코로나가 출현은 중국에서 했어도 발원도 꼭 중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묘한 말을 해 발원지 논쟁에 새로운 불을 붙였다. [중국 중신망 캡처]

환구시보는 이를 “역병 하의 미국에서 출현한 가장 지랄병 같은 제의”라며 격하게 반발했다. 이 말을 아예 제목으로 뽑았을 정도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게 수면 위로 부상한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중국은 유럽의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기 시작하던 지난 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의 발원과 관련해 묘한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2월 27일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가 출현은 중국에서 했어도 발원이 꼭 중국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중국이 가장 염려하는 건 세계 각국에 신종 코로나가 만연하며 엄청난 사망자와 함께 경제 손실이 생길 경우 분노한 각국이 도대체 누가 이런 바이러스를 퍼뜨렸느냐며 중국을 향해 창끝을 겨누는 상황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초부터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를 찾는 작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서 기원한 게 아니라는 걸 밝히라는 주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월 초부터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를 찾는 작업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에서 기원한 게 아니라는 걸 밝히라는 주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이 같은 상황 도래를 애초에 차단하기 위해 중국은 2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 발원은 연구 중이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이는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전염병에 국가나 지명을 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사항을 널리 선전하고 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가 세계를 강타하며 도대체 이 바이러스를 누가 퍼뜨렸느냐는 비난이 중국으로 쏟아질까 우려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신종 코로나가 세계를 강타하며 도대체 이 바이러스를 누가 퍼뜨렸느냐는 비난이 중국으로 쏟아질까 우려한다. [중국 바이두 캡처]

아직 어느 나라도 중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거나 책임 소재 운운하는 국가가 없었는데 마침내 미국 상황이 나빠지면서 최근 들어 중국이 가장 우려하던 말이 미국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중국의 반발 강도 또한 셀 수밖에 없다.

지난 12일 자오리젠이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트윗을 날린 배경이다. 이는 결국 미 정부가 추이텐카이 대사를 초치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에 전화해 항의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한편 환구시보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 회피 차원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일 때 트럼프 정부는 한가로이 역병이 미 증시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해서만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두 달 간 숨겼다는 미국의 비난에 대해 지난 20일 "중국은 1월 3일부터 미국과 신종 코로나 정보를 공유해 왔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를 두 달 간 숨겼다는 미국의 비난에 대해 지난 20일 "중국은 1월 3일부터 미국과 신종 코로나 정보를 공유해 왔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그렇게 시간을 허비해놓고 중국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며 중국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중국은 말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지난 1월 3일부터 신종 코로나 정보를 미국과 공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20일 밤엔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자오리젠이 모두 8개의 반격 트윗을 날렸다. “미 정부가 중국과 다른 나라에 1억 달러를 제공한다고 했는데 중국은 아직 1달러도 받은 게 없다”고 밝혔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미국의 정치체제가 우월하다면 왜 중국 공산당을 두려워하냐"는 등 무려 5개의 트윗을 잇따라 날려 미국을 공격했다. [뉴시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미국의 정치체제가 우월하다면 왜 중국 공산당을 두려워하냐"는 등 무려 5개의 트윗을 잇따라 날려 미국을 공격했다. [뉴시스]

또 “미국은 왜 3600만 환자에 2만2000명이 숨진 독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전문가를 불러 조사받지 않느냐” “미국 정치체제가 우월하다면 왜 중국 공산당을 두려워하나” “중국 수출품에 독이 묻었다면 중국산 마스크와 방호복을 쓰지도 입지도 말라”고도 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상황이 나빠지는 것과 궤를 같이해 미국은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인 “사과하고 책임을 지라”는 말을 입 밖에 내기 시작했고 이에 중국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에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싸움은 처절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