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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나를 항공기 없다···이대로 석달 가면 현장선 곡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출입 현장의 최전선 지키는 관세사들  

“이 상태로 앞으로 석 달만 더 지속한다면, 수출ㆍ입 현장에서는 곡(哭)소리가 나올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물론, 미주와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ㆍ출입 등을 통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상 국내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세가 주춤하더라도 해외 시장과 공급처가 막힌다면 한국 경제는 또다시 휘청일 수밖에 없어서다.

22일 중앙일보는 수ㆍ출입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관세사들이 바라본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전한다. 관세법인 대유의 정화신 대표 관세사, 영인의 여창은 대표 관세사, 패스윈의 김현철 대표 관세사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관세사는 기업의 통관 업무를 주도해 처리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세 사람 모두 "현재 같은 수준으로 코로나19가 퍼진다면, 버텨낼 수 있는 수출 중소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화신 관세사.

정화신 관세사.

정화신 관세사는 “현재까지는 당장 물동량이 줄어든 것 보다, 교역 파트너 국가의 현지 기업들이 멈춰 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유럽과 미주 등에서도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면서, 현지에서 원자재를 들여오는 일 등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시작된 위기가 우리 업체들의 공급망 관리(SCM)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창은 관세사는 “이탈리아의 발사믹 생산공장 등에 발주를 넣어도, 현지 직원 중 대다수가 출근하지 않아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세사들끼리는 중국의 춘절(설 연휴) 같은 대규모 명절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일이 제대로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 관세사는 이어 “유럽 등의 생산공장이 멈춰 서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구매대행 업체들도 물건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 전반으로 영향이 퍼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관세사는 “인천항에서 시작된 여파가 부산항으로까지 번질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천항에서는 주로 중국 같은 아시아 국가와의 단거리 교역이, 부산항에서는 미주나 유럽 같은 장거리 교역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월까지 한국은 선방을 한 편이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4.3% 증가한 412억 달러를, 수입은 1.5% 증가한 372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미국과 유럽으로 번진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김현철 관세사.

김현철 관세사.

"수출입 실어나를 항공기가 없다" 

여기에 항공업 불황은 수출ㆍ입에도 큰 부담으로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최근 항공업 불황으로 인한 항공운임의 인상은 무역업계 전반에 걸친 상당한 충격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항공노선의 경우 57개에 달했던 노선이 3개(6일 기준)로 94.7%나 줄어든 상태다. 여객용 항공기에도 일부 수출화물을 선적하는 만큼 노선의 중단은 항공화물 운송 캐파의 감소로 이어진다.

그래서 수출입 현장에선 항공 수화물의 물류비가 오르는 원인이 된다. 실제 화물의 종류나 화물량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노선의 경우 지난해 ㎏당 약 1.7유로 받던 운임이 현재는 ㎏당 2.5유로 이상을 내도 화물을 실을 적재 공간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여창은 관세사는 “이런 상황이 두세달만 이어진다면 수출ㆍ입 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며 “업체들이 다 무너진 다음에 아무리 항공 운임을 깎아주는 일이 무슨 소용이 있나”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을 호소했다.

여창은 관세사.

여창은 관세사.

"여름 넘기면 실물 경제 타격 상상 어려워" 

물동량 감소 등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 한국관세사회는 최근 사무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들을 위해 2~3월(2개월)분의 회비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관세사회가 회비를 면제해주는 지원대책을 내놓은 건 협회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관세사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적어도 올여름 이전에는 어느 정도 잡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화신 관세사는 “아직까진 무역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재 같은 상황이 여름을 넘어가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여창은 관세사 역시 “한국뿐 아니라 교역대상국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히는 일이 중요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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