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이재명 코로나 대응 차별화…긴급생활비 vs 기본소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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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난긴급생활비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엇비슷해 보이는 두 정책에는 차기 대권을 내다보는 두 사람의 미묘한 전략적 차이가 담겨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중위소득 100% 이하 서울시 가구에게 30만∼50만원씩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하게 되는 3271억원이 투입된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라 하더라도 중앙 정부의 추경예산으로 지원을 받는 가구와 실업급여 등 기존 복지 제도의 혜택을 받는 가구는 제외된다. 이런 분류에 따라 서울시 전체 가구 중 직접 혜택을 받는 대상은 118만 가구 정도라는 게 서울시의 추산이다. 또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는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으로 지원금액도 가족 구성원의 수에 따라 차등화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의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대책은 한정된 예산으로, 코로나19에 더 큰 타격을 받는 가구에 선별적으로 지원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전국적 지원도 중위소득 100% 이하인 전국 796만 가구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박 시장의 의견이다.

반면 이 지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꺼내든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재난기본소득 카드를 적극적으로 공론의 장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 개념에 내재된 보편적 지원에 충실한 방식이다.

이 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을 응원합니다…전 국민 재난기본소득 꼭 실현해 주시기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모두가 상상하는 이상의 과감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이 경제위기를 돌파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번 재난기본소득은 (선별 지급이 아니라) 반드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썼다. 그가 쓴 재난기본소득의 핵심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데 있다.

19일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는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백롱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등이 운영을 시작한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둘러보며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는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연수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백롱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등이 운영을 시작한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둘러보며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피해 극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두고 각각 ‘선별 지원’과 ‘보편 지원’으로 접근법을 달리한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신경전도 있다. 박 시장은 19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온 국민에게 100만원씩 주자는 제안도 있는데 이는 50조원이 들어가서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본다”며 이 지사 주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처럼 (중위소득 100% 이하에게 지급)하는 것은 4조8000억원 정도로 된다”며 서울시 정책의 현실성이 더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이 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코로나19 사태에서 보편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를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 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인 점 등 8가지로 제시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청년들에게 동일한 액수의 수당을 지급하는 등 상당히 진보적인 보편적 복지를 주장해왔다. 박 시장도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여러 보편 복지를 해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정책의 현실성을 더 강조하며 차별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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