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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사태 '잠적 3인' 기막힌 공조…드러난 '기업사냥꾼' 관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에 입주한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에 입주한 라임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뉴스1]

문어발식 투자 돌려막기

5조원이 넘게 팔린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파헤쳐질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한 불완전 판매와 투자 실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라임 사태에 관련된 인물들이 광범위한 ‘문어발식 투자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에는 ‘잠적한 3인’이 등장한다.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회장님’으로 불렸던 김모씨, 한 운수업체 재무이사를 지낸 A씨다. 세 사람 모두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하고 도주 중이다. 이 인물들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가 라임뿐만 아니라 다른 의혹들에서도 등장한다.

'회장님' 김씨 횡령 혐의로 추가 고소 

라임사태 등장 인물 관계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라임사태 등장 인물 관계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회장님’ 김씨는 라임 투자 피해자와 한 증권사 전 센터장 장모씨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이다. 김씨는 코스닥 상장사인 스타모빌리티(구 인터불스)를 실질적으로 소유한 사람이며, 녹취록에 등장하는 ‘라임 사태를 풀 핵심 키’인 청와대 전 행정관 김모씨와도 동향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김씨를 ‘엄청난 자산가’라고 소개하며 “회장님(김씨)이 재향군인상조회를 인수해 라임 정상화 자금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씨가 주도한 재향군인상조회 인수 컨소시엄(SPC)은 재향군인회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했다가 한 달 뒤 보람상조에 웃돈 60억원을 주고 380억원에 팔았다.

그런데 이 인수 자금조차 횡령한 돈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18일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했다며 김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사측은 “김씨가 횡령한 회사 자금을 재향군인회 상조회 인수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스타모빌리티 측은 “스타모빌리티가 올해 1월 푸드서비스업체 B사와 5개의 렌터카 회사 주식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317억원을 주식인수자금으로 모 법무법인에 맡겨 두고 있었는데 김씨 등이 임의로 회수해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또 “나머지 200억원은 지난해 12월 스타모빌리티가 또다른 회사 주식 84.6%를 22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낸 계약금인데, ‘별건 사건’으로 김씨가 도피하며 임의로 계약금을 돌려받아 횡령했다”고 밝혔다.

상조회 인수·운수업체 횡령에도 '잠적 3인' 등장 

이 ‘별건 사건’에 또 다른 도주 인물인 A씨가 등장한다. A씨는 김씨와 함께 2018년 한 운수업체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 16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도피 중이다. A씨의 장인은 김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의 전 대표이사 박모씨이며, A씨의 부인은 올해 1~2월 재향군인회상조회 사외이사에 취임했다가 사임했다. 박씨는 A씨의 행방을 묻는 말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했다.

또 A씨는 과거 라임에서 일하며 이 전 부사장과도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운수업체 횡령 사건에는 이 전 부사장도 관여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전 부사장에게 김씨를 소개한 사람 역시 A씨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라임펀드판매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임펀드판매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김씨와 이 전 부사장, A씨 등은 라임과 재향군인회 상조회, 운수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상장사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정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투자 돌려막기를 통해 이윤을 챙기거나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소재를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A씨는 이미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전 부사장과 김씨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세 사람이 라임 사태와 다른 문어발식 투자 사기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인물들”이라며 “아직도 이 사람들이 심복들을 통해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만큼, 얼른 붙잡아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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