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주도 허니문, 강원도 1주일 살기… 여행 풍속도가 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주도 산방산 근처 유채꽃밭의 한 연인. 최근 해외여행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제주도를 찾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뉴스1]

제주도 산방산 근처 유채꽃밭의 한 연인. 최근 해외여행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제주도를 찾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여행 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바이러스만 생각하면 집에서 갇혀 살아야 하지만, 자발적 감금 생활도 하루이틀이다. 봄 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확 트인 야외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나들이보다는 피신에 가까운 여행이랄까. 달라진 여행 분위기를 포착한 특급호텔과 리조트가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이탈리아 여행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허니문 온 한 신혼부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s__ye_jin]

이탈리아 여행을 포기하고 제주도로 허니문 온 한 신혼부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사진 인스타그램 @s__ye_jin]

제주신라호텔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허니문 패키지를 내놨다. 최근 한 달 사이 허니문 관련 문의가 급증하자, 지난 10일 명맥이 끊겼던 제주도 허니문 상품을 전격 부활시킨 것이다. 1980년대 예식장 분위기로 호텔 연회장을 꾸미고 야외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주는 등 특별 서비스도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제주도로 허니문 온 신혼부부의 소식이 눈에 띈다. 한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제주신라호텔 수영장 인증샷과 함께 “이태리는 다음을 기약하고... #신혼여행 #강제취소 #제주도여행 #신라호텔 #코로나미워”라고 남겼다. 17일 현재까지 제주도는 확진자가 4명이다. 지난 4일 이후로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 강문해변을 찾은 가족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12일 강원도 강릉 강문해변을 찾은 가족의 모습.[연합뉴스]

강원도로 눈을 돌리는 여행자도 늘었다. 특히 동해를 낀 속초시·양양군·고성군은 17일 현재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청정 안전지대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소노호텔앤리조트(대명리조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 지점 대부분에서 예약률이 급감했지만, 강원도 동해 일대의 4개 지점(솔비치 양양·삼척, 델피노 고성·속초)만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주말 예약률은 80%에 이른단다. 황영훈 대명소노 매니저는 “강원도나 탁 트인 바다 쪽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많아 타 지역보다 여행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의 ‘일주일 살기’ 패키지는 일종의 ‘가족 피난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객실 6박, 조식 6인(1회), 커피(아메리카노 무제한)를 포함한 패키지다. 가격이 100만원(최대 5인)이 넘지만, 문의가 제법 많단다. 김양희 켄싱턴리조트 과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장기간 숙박을 원하는 가족 단위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노부부나 유아를 둔 가족이 주 고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호텔 르 메르디앙 서울은 키즈 놀이터를 한 가족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90분 이용시간이 끝나면 30분간 소독에 들어간다. [사진 르 메르디앙 서울]

호텔 르 메르디앙 서울은 키즈 놀이터를 한 가족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90분 이용시간이 끝나면 30분간 소독에 들어간다. [사진 르 메르디앙 서울]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은 ‘비대면 서비스’나 ‘인 룸 다이닝(룸 서비스)’를 강화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여행 분위기를 만끽하라는 마케팅 전략이 어느 정도 먹힌 셈이다. 호텔 르 메르디앙 서울의 ‘프라이빗 키즈 플레이’ 패키지의 경우 투숙 시간을 평소보다 9시간 늘렸다. 체크인 오전 10시, 체크아웃 다음날 오후 4시다. 한 가족이 실내 놀이터를 90분간 단독으로 사용하도록 한 서비스도 눈에 띈다. 이용 시간이 끝나면 다음 손님을 위해 30분간 소독 처리에 들어간다. 하루 5팀만 받기에 예약 경쟁이 치열하단다.

특급 호텔의 음식 메뉴에도 변화가 보인다. 호텔 대부분이 면역력 증진을 앞세운 메뉴를 내놓고 있다. 롯데호텔월드는 지난 1일 라운지바 메뉴에 홍삼·인삼 주스, 인삼차와 인삼 절편을 추가했고, WE 호텔 제주는 3월 투숙객 전원에게 디톡스 주스와 비타민 주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호텔·리조트 전문지 ‘호텔 아비아’ 장진수 대표는 “국내 호텔·리조트는 외국인 고객이 크게 줄어 국내 고객 수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내 여행자에 맞춤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모든 업체가 매달리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