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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생각은 금고에"···확진자 없다는 北의 '코로나 블루' 해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우울 현상인 ‘코로나 블루’를 경계하고 나섰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전염병을 대하는 심리적 반응과 심리조절방법’의 기사에서 코로나 블루의 주요 반응과 심리조절 방법을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 중인 1월 이후 북한은 방역 등 감염 예방을 강조하고, 주로 한국을 비롯해 주변국에서 환자 발생 소식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1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는 증상과 해결책을 소개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노동신문이 17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로 나타나는 증상과 해결책을 소개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신종 코로나가 두 달 이상 지속하면서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감, 특히 격리 상태에 있는 주민들의 체중 감소와 불면증을 우려하며 적절한 심리 조절 방법을 내놓은 것이다.

신문은 “안절부절하며 계속 생각하고, 인체의 각종 변화를 특별히 관심하며 몸이 불편한 것은 신형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와 연관시키고 자기가 병에 걸리지 않았는가 의심한다”라거나 “심리적 압박으로 너무 예민해져서 크지 않은 일을 가지고 성을 내며 심지어 충격적으로 행동한다”는 심리적 반응을 소개했다.

“정상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거나 격리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이 안되어 표정이 쌀쌀해지거나 눈에 정기가 없어지며 식욕이 떨어지고 체중이 줄며 자주 성을 내거나 울적해 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라고도 했다.

신문이 “어느 한 나라의 출판물에 따르면”이라고 했지만, 북한에서 1만명 안팎의 주민들이 격리 상태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북한 내부에서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신문은 심리조절 해법도 제시했는데 숨을 들이쉬고 멈추었다가 5초 동안 속셈하면서 내쉬는 심호흡법과 근육 풀어주기, 눈을 감거나 절반쯤 감고 두 손을 머리 뒤로 모아 좌우로 움직이는 ‘나비채’ 등이다. 또 부정적 정서와 소극적인 태도를 금고에 보관해 둔다는 생각을 하는 ‘금고기술’도 처방책으로 권했다.

북한은 현재까지도 공식적으로 확진자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등에서 긴급 진단키트를 대량 들여가고, 전국적으로 의심증상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신종 코로나를 진단하는 시스템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이미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 보건·의료부문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온 탈북자는 ”북한은 치료시설과 의약품이 부족해 전염병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며 “장기간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자 해결책으로 민간요법을 소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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