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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패닉 빠진 금융시장... 비트코인도 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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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한대훈 디지털 금

[출처: 셔터스톡]

[한대훈의 투(자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실물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언뜻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급락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상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코로나19는 경제활동 위축, 그리고 글로벌 밸류 체인의 약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둔화 가능성의 우려감을 키웠다. 또 다른 키는 국제유가였다. 3월 9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협상이 결렬되면서 감산에서 증산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에 몰아넣다

국제유가 급락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유발했다. 첫째, 국제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 가스 업체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 기업들 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이고, 특히 셰일가스 업체들의 규모는 더 크다. OPEC플러스의 감산 실패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이 크레딧(신용) 리스크로 번질 우려에 처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동안 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하이일드 채권 등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부실위험이 커지면 제조업체와 금융업체가 다 같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둘째,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의 경제 위기 가능성이 커졌다. 한때 브릭스(BRICs)로 불리며 금융시장의 총아였던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자재 비중이 큰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원자재, 특히 유가에 민감한 경제구조다. 베네수엘라가 장기 저유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최근 전세계에서 러시아 주식시장 하락폭이 가장 컸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OPEC플러스의 감산실패, 그리고 이에 따른 유가의 급락은 이들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펜데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물과 신용이 모두 위기에 처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초(超)불확실성의 상태다.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한국과 중국의 국지적 사태에서 글로벌 팬데믹으로, 심리적 불확실성에서 실물 경제 훼손으로 확대되고 있다.

#모든 자산이 다 하락하는 시장

모든 자산이 하락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달에만 1.5%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그럼에도, 위험자산인 주식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과 미국 국채도 하락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원래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주가는 떨어져도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채권 값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금은 채권도 다 팔고 모두 현금화하고 있다. 자금이 자본시장에서 이탈한다는 의미다. 이런 신용 리스크가 주가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금을 최대한 확보하고 나중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비트코인도 별 수 없었다

디지털 금으로 가능성이 점쳐지던 {{BTC}}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낙폭을 확대시키며 ‘디지털 금’이라고 주장하던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과거 특정국가의 위기(터키ㆍ홍콩ㆍ아르헨티나ㆍ베네수엘라 등) 때는 해당 국가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증가했지만,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된 지금에서는 비트코인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안타깝게도 비트코인은 현재 시점에서 안전자산이 아니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미국 국채나, 달러, 금이, 안전자산이다. 화폐나 자산이 디지털화될 때 안전자산으로서의 가능성이 커졌던 것뿐이다. 아직 안전자산이라는 신뢰감도 부족했다. 디지털화를 믿는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었지만, 그냥 투자나 투기수단으로 생각했던 투자자들 입자에서는 위험자산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우울해 할 필요는 없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0%로의 인하와 추가적인 양적완화(QE) 실시로 앞으로 돈의 가치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국은 이제 경쟁적으로 금리인하를 포함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다. 점점 더 돈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인 희소성을 보장하며, 어떤 국가나 금융기관의 통제 없이 현물로 가치를 저장할 수 있으며, 또한 전세계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나 전송(송금)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의 진짜 가치를 깨닫기 시작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분명 비트코인은 현재 안전자산은 아니다. 안전자산의 가능성‘만’ 있었을 뿐이다. 향후 제로금리, 양적완화 등 유동성 공급 정책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변화를 야기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심화 역시, 안전자산의 범주를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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