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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원 착한 백반으로 위로’,코로나 고통 나눔 식당

중앙일보

입력

광주 남구 월산동 오로지백반만 식당은 불황으로 힘든 택시기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밥값(백반 1인분 기준)을 4500원으로 할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장씨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남구 월산동 오로지백반만 식당은 불황으로 힘든 택시기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밥값(백반 1인분 기준)을 4500원으로 할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장씨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이후) 저희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기사님들께 1000원이라도 더 할인 해 드리면 보탬이 되겠다는 생각에 거스름돈을 더 내드리기로 했습니다”

광주시 한 식당, 택시기사에 1500원 할인 #손님 절반 줄고 인건비도 못건지지만 계속 #“코로나19 불황 작은 위로라도 드리고 싶다”

광주광역시 남구 월산동 ‘오로지백반만’ 식당을 운영하는 장명희(59)씨의 말이다. 장씨는 “한 달 월급 18만원을 받고도 쉴 수는 없으니 나왔다는 기사님도 있다”며 “1000원이 얼마나 보탬이 되겠나. 그래도 마음을 읽어줘서 고맙다는 분들을 보면 위로가 되는구나 싶어 경기가 안정될 때까지 계속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잡곡밥과 보리밥에 12~16가지의 밑반찬이 나오는 이 집 백반 가격은 1인 6000원. 평소 인심도 좋아 6000원을 내면 늘 500원을 할인해주던 곳이다. 하지만 지난 월요일(9일)부터는 기사 손님에게는 1500원을 거슬러 주고 있다.

광주 남구 월산동 오로지백반만 식당은 불황으로 힘든 택시기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반찬 12~16가지인 백반 1인분을 4500원으로 할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택시기사 손님이 식당을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광주 남구 월산동 오로지백반만 식당은 불황으로 힘든 택시기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반찬 12~16가지인 백반 1인분을 4500원으로 할인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 택시기사 손님이 식당을 이용하는 모습. 연합뉴스

식당을 운영하는 장씨의 착한 마음이 통했을까. 이 백반집을 찾은 기사들은 이런 ‘밥상 힐링’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의 택시기사 강모(71)씨는 “사장 내외의 마음씨에 큰 위안을 얻고 있다”며 “돈도 돈이지만 함께 건네는 ‘요새 너무 힘드시잖아요.’라는 위로의 말에 힘이 난다”고 했다.

5년째 단골인 택시기사 이(54)모씨도 강씨와 같이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요즘 택시회사들은 차고지에 택시 절반이 멈추어 서 있는 데다, 운행하는 기사들도 사납금조차 채우기 힘든 상황"이라며 "코로나19로 식당도 손님이 줄어 힘들 텐데 우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선행을 베풀고 있지만, 이 식당도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며 택시기사 손님 200∼300명에다, 일반 손님까지 북적일 때도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특히 주 고객인 기사들의 밥값을 4500원으로 내리면 부부의 인건비를 보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손실에 가깝다. 이런 사정에도 기사들을 위해 착한 밥상을 내놓는 이유가 있다. 식당 대표 장씨도 18년 전 남편 사업이 망하고 바닥이라는 생각으로 이 식당을 열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저희도 위기가 많았지만, 기사님들 덕분에 이겨내고 애들 다 키웠다. 이번에는 내가 힘이 돼 드리고 싶다"며 "남편도 같은 생각이어서 이번 주 월요일부터 실행에 옮겼다"고 미소 지었다.

광주=진창일,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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