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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서 골프채·낫 왜 필요한가···마스크 줄 위협 ‘난폭한 손님’

중앙일보

입력

공적마스크 5부제 5일째인 1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공적마스크 5부제 5일째인 1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 5부제’가 도입된 뒤 곳곳에서 갈등이 일고 있다.

마스크 달라 낫으로 약국 직원 위협하기도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중요한 시기”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 11일 낮 12시 7분 동래구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시민을 향해 골프채를 휘두르고 욕설을 한 혐의(특수협박)로 60대 남성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약국 앞을 지나다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 시민과 시비가 붙었고 한 시간가량 실랑이를 벌였다. 마스크를 사려는 줄로 인해 통행에 불편을 느꼈다는 게 시비 이유였다. 경찰에 따르면 시비 끝에 A씨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시민을 상대로 가지고 있던 골프채를 휘둘렀다고 한다.

지난 12일 오후 6시 30분에는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약국 앞에서 80대 여성과 70대 여성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넘어지면서 손목이 골절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기하던 중 서로의 말투 등을 문제 삼다가 다퉜다고 한다.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약국 관계자를 협박한 사례도 있다. 경기 광주시의 한 약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5시 30분 한 약국에서 “마스크가 다 팔려서 없다”고 설명하는 약국 직원을 낫으로 위협한 혐의(특수협박)로 60대 남성을 붙잡아 입건했다. 다행히 당시 약국엔 다른 손님이 없었고, 약국 직원 역시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2일 오후 1시 10분쯤 부산진구 한 약국에서는 50대 남성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는 날인데도 마스크를 내놓으라며 소란을 피우다 진열대를 발로 차 약품을 떨어뜨려 파손하기도 했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오른쪽)이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 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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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등에서 협박과 폭언 등 갖가지 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은 13일 불법행위 예방과 질서유지를 위해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 마스크 공적 판매처를 중심으로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이 많이 몰리는 판매처에는 경찰 인력을 많이 배치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 19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스트레스를 받은 시민에 의한 폭력 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마스크를 사려고 공적 판매처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60대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경북 울릉군 주민 B씨(62)는 지난 11일 오후 1시 15분쯤 경북 울릉군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 채 기다리다 갑자기 쓰러졌다. 울릉의료원으로 이송된 B씨는 수술이 어렵게 되자 헬기로 강원 강릉시의 아산병원에 옮겨졌다.

진단 결과 B씨는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 출혈로 쓰러진 것으로 확인돼 병원 도착 1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7시쯤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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