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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교회도 ‘아메리카 올스톱’…국가비상사태 초읽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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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호 02면

팬데믹 공포 휩싸인 북미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커크랜드의 한 요양 시설에서 방역 요원들이 방호복을 갖춰 입고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이날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442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커크랜드의 한 요양 시설에서 방역 요원들이 방호복을 갖춰 입고 방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주에서는 이날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442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3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미 대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에선 학교와 교회는 물론 디즈니랜드 등 놀이시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캐나다에선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트럼프 “필요하다면 할 것” #선포 땐 49조원 코로나 대응에 사용 #메릴랜드·켄터키주 등 속속 휴교령 #NBA 이어 MLB 등 경기 취소·연기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인도 감염 #유엔에서도 첫 확진자 나와 긴장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미시간·오하이오·켄터키·뉴멕시코주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모든 공립학교를 휴교한다고 밝혔다. 프로농구(NBA)에 이어 대학농구(NCAA) 등 주요 스포츠 종목도 시즌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모르몬교는 예배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내 감염자가 1600명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가 학교·교회·스포츠를 일제히 중단시키며 미국인의 일상생활까지 바꾸고 있다.

트뤼도 총리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

트뤼도 총리 부인 소피 그레고어 여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스태퍼드법에 따라 매우 강력한 비상 권한을 갖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400억 달러(약 49조원)의 재난대책 기금을 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할 수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모든 불필요한 요식 행위가 해결됐다. 모든 준비가 다 됐다”며 “조만간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캐런 새먼 교육감은 “모든 초·중·고 공립학교는 16일부터 2주간 휴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조치의 일환으로 250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도 금지했다. 호건 주지사는 “사립학교도 공립학교를 따르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며 “모두가 각자 역할을 하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켄터키주와 오하이오주 당국도 모든 공·사립학교의 출석 수업을 최소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뉴멕시코주는 3주간 휴교령을 내렸다. CNN은 캘리포니아·워싱턴·버지니아·조지아주의 일부 휴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수만 개의 초·중·고교가 휴교해 500만 명 이상의 학생이 등교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정규 시즌 무기한 중단을 선언한 미 프로농구에 이어 12일엔 대학농구협회(NCAA)도 남녀 경기를 모두 취소했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도 남은 시범경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26일 개막하는 정규시즌도 최소 2주 연기하기로 했다.

미국 내 신도가 1600만 명인 모르몬교는 이날 전 세계에서 모든 예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간 1870만 명이 찾는 캘리포니아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도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대규모 행사장 폐쇄 요청에 따라 주말인 14일 오전부터 이달 말까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디즈니사는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도 같은 기간 폐장할 방침이다. 뉴욕 브로드웨이는 다음달 12일까지 모든 공연을 중단했고 워싱턴DC와 뉴욕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국립동물원도 14일부터 폐쇄하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주말 이후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현재 미국 내 확진자는 1663명, 사망자는 41명에 달했다. 최대 확산 지역인 워싱턴주에서만 442명의 감염자가 발생했고 뉴욕주 328명, 캘리포니아주 252명, 매사추세츠주 108명 순이다. 사망자는 워싱턴주 31명, 캘리포니아주 4명, 플로리다주 2명, 조지아·뉴저지·사우스다코타·캔자스주 각 1명 등이다.

캐나다에선 총리 부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비상이 걸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트뤼도 총리의 부인 그레고어 여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도 14일간 격리에 들어갔다. 총리실은 “트뤼도 총리는 현재 어떤 증상도 보이고 있지 않다. 아직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았고 평상시처럼 직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도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일본 지지통신 등은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인용해 유엔 본부를 방문한 필리핀 유엔대표부 외교관 한 명에게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유엔 본부에 출입하는 사람의 감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외교관이 마지막으로 유엔 본부를 찾은 것은 지난 9일로 약 30분간 본부에 머물렀고 다음 날인 10일 발병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그는 유엔 직원과는 접촉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 외교관 2명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키라 아주세나 유엔 주재 필리핀 대사는 “유엔 주재 필리핀 대표부는 12일 폐쇄됐고 전 직원에 자가 격리 지침을 전달했다”며 “모든 직원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는 별개로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6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비공식 부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취소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비공식 부대 행사는 100개에 달한다. 유엔은 일반인 방문 투어 프로그램도 전면 중단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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