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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천순대 간편식, 강릉 버스개편···그뒤엔 국립대 ‘맞춤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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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공주대는 지역 소규모 식육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정간편식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수강생들은 돈육 발골, 소시지 제조 등 실습을 통해 가정간편식 생산 방법을 전수받았다. [사진 공주대]

공주대는 지역 소규모 식육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가정간편식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수강생들은 돈육 발골, 소시지 제조 등 실습을 통해 가정간편식 생산 방법을 전수받았다. [사진 공주대]

공주대가 위치한 충남지역엔 국내 최대규모의 양돈단지가 있다. 공주대는 이같은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특산품 개발에 나섰다. 가정간편식 전문가과정 교육생들이 소세지 만들기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공주대]

공주대가 위치한 충남지역엔 국내 최대규모의 양돈단지가 있다. 공주대는 이같은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특산품 개발에 나섰다. 가정간편식 전문가과정 교육생들이 소세지 만들기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공주대]

윤석정(58)씨는 충남 천안에서 지역 특산품인 병천순대를 제조하는 공장을 22년째 운영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외식 문화의 변화로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윤씨는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조리하는 ‘가정간편식(HMR)’을 개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부활하는 국립대 ④ 지역 균형발전 #충북대·한밭대, 지역 맞춤인재 양성 #순천대 '생태' 창원대 '다문화' 교육 #충남대, 법률 소외주민 위한 상담 #"국립대 나서 지역문제 해결 기여"

윤씨의 꿈은 지난해 10월 공주대의 ‘식육 간편식 전문가 양성과정’을 수강하면서부터 현실화됐다. 공주대가 국내 최대 규모의 양돈단지가 있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윤씨와 같은 식육업계 종사자를 위한 마련한 과정이다.

윤씨는 돼지 위장, 육류 부산물을 활용하는 ‘오소리감투 굴소스볶음’ ‘갈매기살 매운양념볶음’ 등의 신제품을 개발했고 편의점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부터 제품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방법까지 맞춤형 교육을 받은 덕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학연 공주대 교수는 "'축산의 메카’인 충남의 지역 특성을 살려 가정간편식과 농축산물을 연계하면 지역 특산품도 발굴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주대의 이 과정은 지난 1월 대구에서 열린 제2회 국립대학 육성사업 성과포럼에서 발표된 우수 사례 중 하나다. 교육부는 국립대의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1500억원 규모의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립대학 육성사업을 마중물 삼아 국립대들은 지역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충북대와 한밭대는 지역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에 나섰다. 오송 바이오밸리과 인접한 충북대는 '바이오산업 특화인재 양성' 과정을 통해 제약·화장품 연구·생산에 필요한 인력을 키운다.

한밭대는 대전의 19개 기업에 학생을 보내 멘토링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우수 교육생에겐 해당 기업 인턴입사 때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혜택도 준다. 학생에게 지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주고, 기업엔 우수 인력을 채용할 기회를 제공한다.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어린이들에게 향유고래가 플라스틱을 먹게 된 이유와 플라스틱 남용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순천대]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서 한 학생이 어린이들에게 향유고래가 플라스틱을 먹게 된 이유와 플라스틱 남용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순천대]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나무로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있다. [사진 순천대]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나무로 공예품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있다. [사진 순천대]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체험부스에서 꽃을 천연색소로 활용해 바람떡을 만들고 있다. [사진 순천대]

순천대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체험부스에서 꽃을 천연색소로 활용해 바람떡을 만들고 있다. [사진 순천대]

지역사회의 자원·문화를 살려 주민에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전남의 순천대는 지난해 10월 ‘에코생태 문화체험 박람회’를 열어 주민에겐 친환경가치를 공유하고, 학생에겐 관련 진로·취업 정보를 제공했다. 경남의 창원대는 주민에게 '다문화 특강', 이주노동자에게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운영했다. 지역에 다문화 공감대를 만들고 이주민의 네트워크 형성도 돕기 위해서다.

한국교원대는 캠퍼스 내 교육박물관을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7차례 페스티벌을 열어 어린이를 위한 역사·문화 교육을 했다.

제주대는 지난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이해 3·1만세운동, 4·3 사건 등 근·현대사 사건 현장을 학생이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 호남·제주권 대학간 교류 확대를 위해 조선대·전주대와 역사·문화 기반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주민을 위한 홍보 콘텐트도 제작했다.

강릉원주대 학생 9명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강릉시에 노선 개선제안을 했다. 또 버스정류장엔 바뀐 노선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문도 붙였다. [사진 강릉원주대]

강릉원주대 학생 9명은 시민들이 편리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강릉시에 노선 개선제안을 했다. 또 버스정류장엔 바뀐 노선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문도 붙였다. [사진 강릉원주대]

크고작은 지역 현안 해결에 나선 국립대도 많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9명은 지난해 강릉시에 시내버스 노선의 개선을 위해 20가지 사항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직접 넉달 간 기존 버스노선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를 조사한 뒤 개선책을 찾았다. 지난 1월 버스노선 개편 때 강릉시는 이들의 제안을 반영해 버스노선 등을 신설했다. 학생들은 바뀐 노선을 스마트폰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마다 QR코드가 들어간 안내문도 붙였다.

충남대는 주민을 위한 ‘법률 공헌사업’을 진행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과 지역 변호사가 함께 전세 보증금 문제나 보이스피싱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에게 무료 상담을 했다. 또 생활법률 상담사례를 엮은 '리걸클리닉' 책을 발간해 상담을 받지 못한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손종학 충남대 법률센터장은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앞으로 주민에 대한 법문화 교육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석현·천인성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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