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돌밥돌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리고. 그래서 ‘돌밥돌밥’이다.

이 ‘웃픈’ 신조어는 본지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5일 본지 홈페이지에 ‘삼시세끼 돌밥돌밥…코로나로 달라진 육아생활’이란 기사가 게재됐다. 아이들 개학이 늦춰지고, 부모의 재택근무로 달라진 일상에 대한 취재 기사였다. 당시 여러 명의 취재원들 중 강동구에 사는 40대 주부 A씨가 “매일 돌밥돌밥의 반복이다. 코로나19로 밖에선 생사를 오가는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집에서도 아이와 남편 식사를 모두 챙겨야 하는 끼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기사가 나간 후 네이버 블로그에는 바로 ‘돌밥돌밥’ 검색어가 생성돼 11일 오후까지 167개의 글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에도 #돌밥돌밥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천 개다. 맘카페 중에는 “우리 서로 메뉴 공개해요”라는 글과 함께 ‘돌밥돌밥 게시판’(사진)아 만들어진 곳도 있다.

돌밥돌밥 게시판

돌밥돌밥 게시판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중국에선 이혼이 급증하고 있단다. 자가 격리 생활이 계속되면서 종일 붙어 있게 된 부부간 트러블 폭증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돌밥돌밥’ 관련 블로그 중 육아휴직 일정을 1년 정도 급하게 당겼다는 어느 아빠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 돌밥돌밥 이렇게 바쁜지 몰랐다 정말. 설거지 끝내고 잠깐 쉬면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엄마 25년 동안 밥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마나님도 7년째 밥해줘서 정말 고마워.” 서로를 조금만 배려하고, 몰랐던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지금의 우울하고 불편한 상황도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