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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가 만들었어요!"…'마스크 온정' 나누는 시민들

중앙일보

입력

10일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승강기 안에 할머니와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한 이웃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 독자 제공

10일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승강기 안에 할머니와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고 싶다는 내용을 담은 한 이웃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안녕하세요! 혹시 마스크가 없으시면 이 마스크를 쓰세요. 118동에 사는 양○○, 양○○과 할머니가 직접 만든 청결한 마스크이오니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서울 봉천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10일 오후 퇴근길 아파트의 승강기 안에서 훈훈한 풍경과 만났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 어린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터와 작은 상자가 승강기 한 편에 붙어있었다. 포스터에는 할머니와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고 싶다는 어린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포스터 밑에는 이웃 주민들의 답장이 이어졌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졌을까요? 코로나 세균도 따뜻한 마음에 다 녹아서 금방 없어질 것 같아요"

직접 만들어 나누는 시민들 

무지개 색깔로 쓰인 포스터를 본 김씨는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김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코로나(코로나19) 관련해서 안 좋은 소식들만 있었는데, 훈훈한 이웃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마스크 나눔 통에 마스크는 없었다고 한다. 대신 포스터의 한 귀퉁이에는 "어! 벌써 다 없어졌네요. 내일 아침 8시에 또 넣을게요!"라고 쓰인 쪽지가 붙어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정부에서는 마스크 5부제까지 시행해 마스크를 구입하는 날짜를 나누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김씨는 "오늘 제 동생도 약국 5곳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며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겠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기특했다"고 덧붙였다.

전례가 없는 마스크 품귀현상에 곳곳에서 시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고통받는 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가 이어지는 한편, 직접 만든 마스크를 나누려는 개인과 기관이 늘어나면서다.

부산에서는 최근 손바느질로 마스크 20장을 직접 만들어 주민센터 공무원들에 전달한 이순업(83)씨의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날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는 이씨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선물하고, 이씨의고장 난 재봉틀을 고쳐줬다. 이씨가 손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한 일에 보답인 셈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이순업(83) 씨에게 손바느질 마스크 20개를 선물 받은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가 할머니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선물하고 재봉틀을 고쳐줬다고 10일 부산 북구가 밝혔다. 연합뉴스

기초생활수급자 이순업(83) 씨에게 손바느질 마스크 20개를 선물 받은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가 할머니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선물하고 재봉틀을 고쳐줬다고 10일 부산 북구가 밝혔다. 연합뉴스

#마스크양보하기 운동도 확산 

마스크가 당장 필요하지 않다면, 다른 이에게 양보하자는 취지의 이른바 '마스크 안 사기 운동'도 곳곳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의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 지난 9일 경기 고양지역의 온라인커뮤니티에는 '공적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동참하실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카페 회원 다수가 지지 의사를 더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해시태그를 이용해 '#마스크안사기운동'이나 '#마스크양보하기' 등의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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