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직원 확진, 신천지 신도인 것 숨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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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도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30대 직원이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일부가 폐쇄됐다. 신천지교회 신도인 사실을 숨겨 온 이 직원은 확진 당일 오전까지도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치료를 하는 국가 지정 병원이다.

확진 당일도 출근, 병원 일부 폐쇄 #대구 신천지교회 예배 공간 5곳 #“정오 예배엔 3500명 정도 밀집”

경기도와 분당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A씨(36·여)는 외래 통증센터 직원이다. 그는 8일 성남중앙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단서까지 달아 신천지 신도일 경우 신고해 달라고 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공지했는데 A씨가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신천지 신도라는 것을 파악한 경기도와 성남시가 2일부터 매일 두 차례씩 모니터링하면서 “의료기관에 근무하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니 출근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런 요청도 무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A씨가 근무했던 지하 2층 외래 통증센터를 폐쇄하고 밀접접촉자 36명을 격리 조치했다.

신천지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신천지 대구교회는 9229명의 신도 가운데 44%인 4046명(8일 0시 기준)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지하 1층에서 지상 10층 구조인 신천지 대구교회 내부는 집단 감염에 취약한 구조였다.

교회 내부엔 모두 4곳의 큰 예배당과 1곳의 작은 예배공간이 있다. 이들 예배당에 동시에 400명에서 800명씩 들어가 1시간30분 정도 예배를 보고, 모두 같은 시간 한 번에 빠져 나온다. 한 교인은 “정오 예배는 3500여 명 정도가 오는데 예배 전 들어가고 나갈 때는 폭 1.5m 계단 2곳과 9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 2대, 층별 예배당 앞 복도가 가득 찬다. 순간적으로 사각형 박스 안에 수천 명이 모여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안에는 카페형 휴게실, 마트, 체육시설, 세미나실 같은 친목·사교·행정 업무를 보는 시설도 있다. 평일에도 교인들이 교회를 오가면 이런 공간에서 접촉이 이뤄진다. 교인들의 ‘악수 인사법’도 집단 감염의 이유로 꼽힌다. 한 교인은 “대구는 예배 전후, 평일에도 교인 간에 만나면 반갑게 악수하면서 인사를 나눈다”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7478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후 4시 대비 165명 늘었다. 사망자는 54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김윤호 기자, 최모란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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