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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뚝딱 짓고 오니 '격리비' 72만원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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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 10일 만에 지어진 훠선산(火神山)병원 건설에 참여했던 노동자가 행정당국으로부터 '격리비'를 청구받는 일이 벌어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건설노동자에게 격리비용을 청구한 지방 정부는 결국 돈을 돌려주고 해당 책임자를 면직했다.

우한의 훠선산 병원을 짓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설 노동자에게 '격리비'를 청구한 지방 정부가 뭇매를 맞았다. [바이두 캡처]

우한의 훠선산 병원을 짓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설 노동자에게 '격리비'를 청구한 지방 정부가 뭇매를 맞았다. [바이두 캡처]

8일 중국 신랑재경 등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왕 모씨는 지난 4일 후베이성 시수이현(浠水縣) 정부로부터 '격리비'를 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 1월 31일 우한의 훠선산 병원 건설에 참여한 왕 모씨는 병원을 완공한 뒤 3명의 친구와 함께 2월 9일 고향인 시수이로 돌아왔다. 그 뒤 이들은 바로 호텔에 격리됐다. 우한에는 마땅히 머물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에 돈 내라한 지방 정부 '혼쭐' #사과 후 돈 돌려주고 해당 관료는 면직

약 2주가 지난 2월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를 넘겼다고 판단해 이들은 격리를 마치고 시수이현의 시마(洗馬) 진(鎭)으로 돌아왔다. 현(顯)은 중국의 행정단위로 지방의 자치주 밑에 속해 있고 진(鎭)은 이보다 더 작은 단위다.

그런데 이달 4일 이들이 머물렀던 호텔을 관할하던 지방 정부 측에서 이들에게 "격리 비용을 내라"는 요청을 했다. 격리비는 4200위안(72만원)이었다. 왕 씨는 "자원해서 건설하러 간 것인데 돈을 내야 하느냐"고 하자 시마진의 간부는 "반드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결국 6일 돈을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이 영수증은 또 한 번 논란을 야기했다. 현지 언론들은 "영수증 상에는 사비를 내지 않은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건설 노동자들이 사비로 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등 국영 신문사까지 이 뉴스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해당 지방 정부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환구시보는 "청구했던 비용은 다시 건설노동자에게 돌려줬으며 지방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해당 관료를 면직시켰다"고 보도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우한 훠선산 병원을 짓고 격리 기간을 거친 뒤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4200위안 상당의 '격리비'를 청구받아 논란이 됐다. [신랑 재경]

건설노동자들이 우한 훠선산 병원을 짓고 격리 기간을 거친 뒤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4200위안 상당의 '격리비'를 청구받아 논란이 됐다. [신랑 재경]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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