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기자] “여자라서 못할 거라는 선입견은 버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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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여학생 열 댓 명이 눈에 띈다. 힘들어하는 내색은커녕 시키는 일을 너끈히 해낸다.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띤 채 수해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는 이들. 바로 서울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임원들이었다.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동 수해현장. 불과 얼마 전의 피해 상황을 보여 주듯 바닥에는 아직 물기가 흥건해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는 쾌쾌한 냄새가 나고,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넘쳐났다. 기업이나 각종 민간단체에서 앞 다투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수해 복구는 많이 진전되고 있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건 파란색 옷의 여학생들. 종로구청에서 보낸 학생들 외에는 이들이 유일한 대학생이었다. 그것도 여대생들이 힘든 수해 복구 현장에 있다는 게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원래 해비타트 봉사를 갈 계획이었는데 비 때문에 못 가게 되었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수해 복구 자원봉사 나가자”고 의기투합했다. 학생회 임원들과 일반 학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돌려 하루 만에 17명을 모았다. 총학생회장 정재희(22ㆍ독어독문학과 4년)씨는 “강원도로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 이 곳에라도 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막상 와보니 할 일은 많은 데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은 도와줄 사람이 없어 막막해 했다”며 현장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7월 19일과 20일 양 이틀 동안 양평동 수해현장으로 9시 30분까지 출근했다. 그들은 하루 종일 공장을 청소하고, 빌라 지하방의 물을 퍼내면서 비지땀을 흘렸다. 점심은 적십자에서 나눠주는 도시락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고. 처음에 “여자애들이 뭘 하겠어”하고 선입견을 가졌던 주민들도 열심히 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대견스러워했다. 정재희 씨는 “수해 봉사는 특성상 처음부터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냐”며 “다들 마음이 맞아 이번 봉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봉사를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난히 활기차 보였다.

대학생기자 유은영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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