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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원래 이타적…경제정책 다시 짜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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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호 20면

도덕경제학

도덕경제학

도덕경제학
새뮤얼 보울스 지음
박용진·전용범·최정규 옮김
흐름출판

이스라엘 북서부의 휴양도시 하이파. 이곳의 어린이집 6곳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자녀를 데리러 오는 부모 때문에 골머리를 앓다가 해결책으로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벌금을 매기면 지각하는 부모가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각하는 부모가 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하이파 어린이집은 주류 경제학에 근거한 인센티브(incentive) 제도가 사회와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종종 하이파 어린이집처럼 인센티브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거나, 의도치 않게 정반대로 나타나는 현상을 보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 새뮤얼 보울스는 이런 현상을 ‘몰아냄 효과(crowding-out)’라고 부른다.

몰아냄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로 인간의 본성을 꼽는다. 주류 경제학의 명제인 ‘이기적 인간’과 달리 저자는 사람은 본래 타인을 도우려는 성향이 있고,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자신의 행동을 제어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센티브 자체가 이기적 인간을 기준으로 설계된 만큼 종종 인간의 이타적(利他的) 본성을 몰아낸다는 설명이다. 지각에 벌금(가격)을 매기자 교사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부모의 윤리의식이 훼손됐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공통 문제인 불공정과 격차에 대해 경제학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 그는 자유주의 경제학이 제시하는 3가지 조건 즉, ‘자발적 참여’ ‘효율성’ ‘선호의 중립성’이 결코 동시에 충족될 수 없다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설명하고 이를 증명한다. 이들 조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개인의 취향이나 동기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는 선호의 중립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시 몰아냄 효과 등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결국 ‘도덕·시민적 덕성을 갖춘 개인’이라는 전제 아래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2006년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하는 레온티에프상을 받았다. 지난 30년간 동료 학자들과 연구·토론한 내용을 촘촘히 담았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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