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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일 "친문은 조폭 패밀리즘···비판하면 물어뜯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민석 변호사, 유재일 정치평론가,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왼쪽부터)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민석 변호사, 유재일 정치평론가,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왼쪽부터)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유튜브에서 대표적 친문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다가 최근 반문으로 돌아선 유재일씨를 최근 인터뷰했다. 또 유씨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조사하고 있는 김봉수 성신여대 교수, 이민석 변호사도 함께 만났다. 김 교수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이 변호사는 김영규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다.

[진보 지식인의 분열]

문재인 정부 지지를 왜 접었나 
유재일=조국 사태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걸 보고, 문 대통령도 386그룹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김봉수=최소한 수사가 진행되기 전 장관 임명을 철회해야 했다. 그런데 여권은 ‘조국은 몰랐을 것이다’라는 주장으로 밀어붙였다. 과거에 고위 공직자 가족이 연루된 비리 사건에서 당사자가 몰랐다고 해서 용서받았나. ‘이 사람은 우리 편이라 용서받아야 한다’는 것 외엔 설명이 안 된다.
유재일=문제를 지적하니까 ‘우리끼리 왜 이래요’ 이런 반응이 나왔다. 그런 식이라면 난 ‘우리 안 하겠다'고 나온 거다. 그건 패밀리즘, 조폭 논리다. 몰상식이 다수가 됐다
김봉수=과거 안대희 전 대법관은 국무총리 지명됐다가 변호사 시절에 몇 달간 10억원 벌었다고 탈락했다. 범죄를 저질러서 물러난 게 아니다. 보수 정권에서도 그렇게 탈락했는데…. 조국 지키려고 가치를 붕괴하는 게 가장 나쁘다.
유재일 정치평론가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유재일 정치평론가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조국 전 장관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했는데.
이민석=그는 강남 좌파가 아니라 강남 보수파다. 강남 부자들이 평소 행태를 그대로 답습했다. 염상섭의 소설(이 변호사는 인터뷰 때 염상섭의 소설을 언급했으나, 나중에 김기진의 시로 정정했다)을 보면 카페에 앉아 열심히 혁명을 논하는 리버럴리스트가 나온다. 염상섭(김기진)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네 손이 참 곱구나”라고 비꼬는데, 소위 '안방 혁명가(Cafe Chair Revolutionist)'이다. 조국은 딱 그 정도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했다는데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한 건 없다.  
유재일=조 전 장관이 가진 건 이미지다. 잘 생긴 서울대 교수라는 상품화가 필요했을 거다.   
이민석=체 게바라가 자본주의 국가에서 팔리는 것과 비슷하다.  
조국 옹호에 진보세력이 뛰어든 이유는 뭘까  
유재일=간단하다. '먹고사니즘’이다. 진보진영은 정권이 주는 예산이 생명줄이다.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진보의 가치가 아니라. 진보 세력의 먹거리를 지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배고팠으니까 더욱 그렇다.
김봉수= 자기 합리화를 해야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검찰에 대한 적개심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검찰 때문에 비롯됐다는 의식이 강하다. 조국 가족 비리보다 상위의 가치다.
김봉석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김봉석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는
유재일=악을 만들고 그에 맞서는 영웅을 만든다. 미국이라는 악을 만들고 백두혈통이 우리를 사회주의 낙원으로 이끈다는 북한식 서사는 출애굽기와 똑같은 구조다. 친문은 윤석열 총장을 악마화하고 있다. 반면 조국을 핍박받는 인물로 스토리텔링을 했다. 선악 구조로 만들고 종교적 감수성을 불어넣었다. 이거는 파시즘이다. 정치의 종교화다.
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고발은 어떻게 보나  
이민석=임미리 교수가 민주당 빼고 찍자는 거는 통합당 찍자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진보정당 찍자는 텍스트로 읽힌다. 이걸 보수정당 편드는 거라고 비난하는 건 논리비약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높이 평가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이유는 뭔가.
이민석=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를 비판하는 세력의 입을 막지 않았다. 노사모가 있더라도 의견이 다른 집단을 왕따시키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 주변 팬클럽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문 대통령을 최고 존엄으로 모시면서 '개싸움'은 우리가 나서겠다고 그런다. 나치의 친위조직 같다. 문 대통령이 나서 겸허하게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재일=지금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노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부끄러운지 알아야지"다. 문 대통령은 지지세력의 저런 행태를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동력으로 삼는다. 지지자 동원 방식이 이성적이지 않는다. 팬클럽 싸움을 방치한다.   
김봉수=노 전 대통령은 어젠다를 만들고 시도했다. 대표적인 게 지역주의 타파다.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도 평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니 훗날 높은 평가를 하는 거다.  
이민석 변호사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민석 변호사가 최근 중앙일보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노사모와 문팬(문빠)의 차이가 있나
유재일=미디어 차이가 크다. 과거 노사모는 노무현 지지하는 매체에 글을 올려, 거기서 공감대를 확보해야 유명 필진으로 등극했다. 지금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내용보다는 팔로워 수로 인정받는다. 옛날은 글의 공력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종일 퍼 나르기 바쁘다.     
김봉수=지금 여당과 지지세력이 진보라고 분류할 수 없다. 파시즘적인 요소를 많이 갖고 있다. 극단적 민족주의에 미국·일본에 철저히 배타적이다. 민주세력의 본류라서 진보로 분류됐는데, 이제는 진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 때다.   
유재일=진보의 분열도 아니요, 진화도 아니다. 진보의 멸망이다. 친문의 속내는 '양키 고 홈 위드 미(Yankee go home with me)'다. 자식을 전부 미국 명문대로 보냈다. 학비가 10만불을 넘는 학교를 어떻게 눈 깜짝 안 하고 보낼까. 친문의 머릿속에 있는 게 노후대책과 자식뿐이다. 진보라면서 어떻게 대중 선동만 추구하나.  
김봉수=자칫 집권 세력이 망해 진보적인 의제까지 위축될까 걱정이다. 박근혜 정권 때 샤이 보수가 나왔는데, 곧 샤이 진보가 나올 거 같다.

특별취재팀=이철재·유성운·김민상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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