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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만 하루에 200t, 中의료폐기물 폭증···"또다른 재앙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널리 확산하면서 중국에서 의료폐기물이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한 의료폐기물 하루 처리능력인 50t 훌쩍 넘어 #"17년전 사스 때 지은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수명 다해가"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신종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우한의 의료폐기물은 지난주 기준 일일 200t 이상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SCMP는 "폐기된 마스크의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 한단시에서 노동자가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한단시에서 노동자가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한에서 지난 2월 24일에만 200t 이상의 의료폐기물이 나왔는데 이는 불과 5일 전의 109t과 비교하면 큰 증가 폭이다. 200t이나 109t 모두 우한에 위치한 유일한 의료 폐기물 처리 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양인 하루 50t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SCMP가 보도했다. 2월 24일 후베이성 전역에 모인 의료폐기물 총량은 365t으로 추산됐다.

우한 전역의 병원에선 거대한 마스크 더미와 보호 장비 폐기물이 목격됐다. 쓰레기 수거업자들은 "대량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중국 본토에서 8만 명 이상 신종 코로나에 감염되고 약 3000명이 사망한 가운데, 의료 폐기물은 자연히 급증했다.

의료 폐기물 폭증의 주범 중 하나는 마스크다. 중국 최고의 경제기획기관인 국가개발개혁위원회(발개위)에 따르면 마스크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함에 따라 중국 제조업체들은 하루에 약 1억16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 중이다. 이는 지난 한 달 사이 12배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중국의 의료폐기물 처리 능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SCMP는 "중국은 2018년 기준 약 200만 톤의 의료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세계 최대의 폐기물 생산국이지만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오염관리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단순히 '유해 폐기물'로만 분류된다는 것이다.

SCMP는 "중국이 의료폐기물 처리용 소각장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한 공장에서 버려진 하자가 있는 마스크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한 공장에서 버려진 하자가 있는 마스크 [AFP=연합뉴스]

한편 중국에서 2009년 74개였던 가정용 쓰레기 소각장 수는 지난해 430개로 6배 증가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소각장 수는 100개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방역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소독제로 휴지통을 소독하고 있는 청소 용역업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방역이 한층 강화된 가운데, 중국 베이징에서 소독제로 휴지통을 소독하고 있는 청소 용역업자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환경·보건 당국 전문가들은 마스크와 기타 보호 장비, 특히 의료진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사용한 물품은 살균한 후 전용 시설에서 고온으로 소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17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으로 건설됐던 대부분의 의료폐기물 시설들이 운영 수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실정이라고 지난해 중국 생태환경부가 밝혔다.

그린피스 베이징 사무소의 독성 폐기물 전문가인 에릭 류는 "중국은 특히 임상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폐기물, 특히 의료·유해 폐기물 처리 능력은 이번 코로나 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적 필요에도 간신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SCMP는 이런 상황을 두고 "'생태학적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환경부는 주요 도시에서 대부분의 의료폐기물이 적절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신화통신이 업계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15년의 경우 62만 9000t의 의료폐기물 중 31%만이 적절히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퉁지대 재활용 경제연구소 두환정 소장은 의료폐기물 처리와 관련, "새로운 시설이 많이 건설되거나 건설 계획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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