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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 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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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요즘 SNS에선 ‘달고나 커피’가 유행이다. 올해 1월 KBS2 예능 프로그램 ‘편스토랑’에 출연했던 배우 정일우가 마카오의 한 카페에서 먹어본 음료가 진원지다. 종업원이 잔에 커피가루·설탕·물을 넣고 400번쯤 저었다는 그 음료의 거품을 본 정일우가 “학교 앞에서 팔던 달고나 같았다”고 하면서 붐이 일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엔 #달고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2만 개 이상 등록돼 있다. 유튜버 뚤기가 제작한 ‘달고나커피, 400번 저어먹는 커피’ 영상(사진)은 조회수 185만을 돌파했다.

유튜버 뚤기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 캡처

유튜버 뚤기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영상 캡처

달고나 커피 만들기는 단순하다. 커피가루와 설탕을 1:1로 섞은 다음, 티스푼으로 따뜻한 물을 조금씩 더하면서 ‘무조건’ 열심히 저어 거품을 만든 후, 흰 우유 위에 살포시 올려 마시면 된다.

흥미로운 건 각종 SNS 게시물의 핵심이 맛이 아니라 ‘도대체 몇 번을 저어야 진짜 달고나처럼 풍부한 거품이 일어나는가’ 하는 점이다. “400번 노, 1000번 이상” “몇 번 저었는지 숫자를 세다 잊어버렸다” “팔뚝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저었다” 등등의 글을 보면 웃음이 터진다.

생각해보면 추억의 ‘달고나’도 젓는 게 포인트였다. 연탄불에 올린 국자에 99% 포도당으로 만든 희고 네모난 덩어리를 넣고 녹인 다음, 소다 가루를 조금 뿌려 젓가락으로 저으면 갈색 거품이 뭉글뭉글 부풀었다. 인터넷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맛을 본 사람들이 ‘설탕보다 달구나’ 해서 이름 붙여졌다.

적당한 단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코로나19로 갈 곳이 없어진 밀레니얼 세대가 ‘집콕 랜선 놀이’로 개발한 것이 달고나 커피 만들기다. 우울할수록 달달한 웃음을 찾아 보자.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