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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어디 숨었나 했더니···창고 열자 449만개가 쏟아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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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스크 단속 당시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경찰 마스크 단속 당시 모습. [사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난 1일 낮 인천시에 위치한 한 창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첩보를 받고 이 창고를 급습해 창고 문을 열었더니 마스크가 꽉 찬 종이상자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이 창고에서만 5일 넘게 보관돼 있던 마스크는 28만5000개에 이른다.

마스크 449만개 매점매석 업체 59곳 적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마스크 품귀 현상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고자 마스크를 대량 보관하던 업체들이 한꺼번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합동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마스크와 손 소독제 매점매석 단속에 나서 마스크 449만개와 손 소독제 10만여개를 경기도와 인천 소재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경기·인천 유통업체 59개를 적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판매처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상황에서도 잇속을 노리고 국내 하루 생산량인 900만개의 절반에 이르는 마스크를 창고에 쌓아놨던 셈이다.

당국은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닷새 이상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넘겨 보관하는 행위를 규정에 어긋나는 매점매석으로 본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닷새 이상 마스크를 보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업체들 가운데 A업체 등 46개 업체는 인천에 있는 21개 물류창고에 마스크 367만개를 5일 이상 보관하다가 지난 3일 단속에 걸렸다. B업체는 인천 일대 창고에 마스크 28만5000개를 가지고 있었다.

경찰은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조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마스크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마스크의 제조·유통 과정에서 벌어지는 매점매석 행위도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번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에서 매점매석 행위를 의심해 고발한 또 다른 업체 5개에 대해서도 현재 수사 중이다. 이들과 연관된 마스크는 941만여개로, 이 마스크들이 시중에 적절하게 처분되었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적발해 확보한 마스크, 시중에 신속 유통" 

경기남부청 지수대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한 업체들로부터 확보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는 식약처에 인계 조치해 시중에 신속히 유통되도록 했다”며 “적발 업체들에 대해서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 유통질서 교란 행위 등을 강력히 단속해 마스크를 시중에 신속하게 공급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마스크 가격과 공급 안정을 위해 우체국을 비롯한 공적 판매처를 지정하는 등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내놓았다. 또 조달청을 통해 공적 유통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추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마스크 수급 상황을 언급하며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마스크 문제를 두고 국민에게 직접 송구하다고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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