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총재 미 의회 서한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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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하원의원 귀하.
한국의 민주주의는 퇴보하고 있습니다. 8월2일 한국 기관원은 노대통령 정부인사들 조차도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는 죄목으로 본인을 체포했습니다. 본인은 22시간동안 4명의 수사요원들로부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는 본인이나 본인의 국가를 위해 슬픈 일입니다.
지난2년간 한국인들은 잔혹한 군사정권과 권위주의적인 과거를 떨쳐버릴수 있을 것으로 희망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적 악몽은 노태우씨가 1988년 2월시작한 민주화 노력이 (야당은 이러한 노력에 고무되어 노대통령이 선거기간중 약속한 중간평가 공약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동의했었습니다) 단순히 멈추어서거나 궤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충성스러운 야당이라는 개념은 감옥 속으로 던져졌으며 올림픽이후 억압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주 노대통령이 방미하는데 정책입안가들은 두 가지 중요한 분야에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한국의 정치적 자유입니다. 1988년2월이후 2천74건의 정치적 체포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1천5백10건은 금년 1월이후 발생했습니다. 더구나 미국제도와같이 헌법상 견제기관의 역할을 수행치 못하고 있는 한국의 법원은 1만3친9백28건의 수색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 가운데 3건은 기각됐습니다.
고문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본인을 기소함에 있어 정부가 이용한 증인은 서경원인바 동인은 조사기간중 잔혹하게 구타당했으며 4일간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이같은 형태의 인권탄압은 다반사였으며 아시아 워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국제인권단체등 서구 인권단체에의해서도 확증됐습니다.
둘째는 한국식 메카시즘입니다. 역사적으로 전 정권은 한국민들을 겁주고 경찰국가식 행동과 조작을 위해 통일문제를 이용해 왔습니다. 그는 북한의 위협을 실제이상 과장했습니다.
노태우대통령은 집권하면서 이같은 행태를 변화시켰습니다. 지난해 7월7일 그는 북한을「동반자」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는 화해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5공화국 군사정부의 잔재 인물들로부터 압력을 받아 그의 전임자의 정책으로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전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노대통령은 국가안전기획부를 집권당의 정치적 의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주최한 세계청년학생축전에 그림 한 장을 슬라이드로 보냈다고 하여 한 화가가 간첩죄로 체포됐습니다.
그 이전에 정부는 신문 편집고문 한사람이 북한여행을 계획했다고 하여 (북한여행을 실제 하지는 않았음) 징역 4년을 구형한바 있습니다.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노대통령에게 왜 민주화를 역행하는지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는 한국· 아시아및 전세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며, 이러한 민주화의 후퇴가 미국 및 부시행정부에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노대통령에게 명백히 해야할 것입니다.
따라서 노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민주화의 복귀를 요구하는 주장이 거세게 일어나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안보 면에서 북한의 위협이 줄어들 때까지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되어야 합니다. 여야를 비롯한 모든 한국내 정당들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여 안정을 가져와야 하며 안정의 기조 속에서 안보를 강화해야 합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민주발전으로 복귀되면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기업정신과 자유무역이 꽃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적인 면에서 민주화는 한국사회를 분열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즉 제5공학국으로부터 승계된 우익 군사정부가 극단화된다든가 증가일로에있는 좌경세력및 반미학생 집단으로부터 배척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후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정치적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고 이러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30여 년 간 한미양국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같이 피흘리고 운명을 같이해왔습니다. 이같은 투자는 한국민들이 스스로 성숙한 정치적 선택을 할 자격이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한국에서 보는 전체주의적 파시즘으로의 슬픈 복귀를 하지않는다는것을 의미합니다.
1989·10·16 김대중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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