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7억 사기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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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31일 사학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해킹해 교직원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이들의 명의로 7억원을 사기대출 받은 대전 M대 전산담당 교직원 정모(40)씨를 구속했다.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정씨의 수법은 치밀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여러 개 사립대학의 연금담당자 주소로 사학연금공단 관계자가 보낸 것처럼 속여 해킹 프로그램이 첨부된 e-메일을 보냈다. 피싱 수법을 이용한 이 해킹 프로그램은 연금담당자가 e-메일을 열면 연금(생활자금대출) 신청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정씨에게 보내도록 고안됐다.

정씨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사학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에서 8개 사립대 교직원 4000여 명의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해킹했다. 이 가운데 연금 대출이 가능한 연령대의 대상자를 고르기 위해 호봉이 높은 교수 14명을 추렸다. 이어 이들의 주민번호와 인터넷에서 모집한 공범자의 사진을 이용해 소방공무원증 16개를 위조한 뒤 시중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공무원증만 있어도 통장 개설이 가능한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결국 정씨는 올 1월부터 최근까지 14차례에 걸쳐 7억원의 연금 대출을 신청해 이 중 3억여원을 인출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찰에서 "주식 투자로 잃은 2억원의 빚을 갚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피싱=가짜 e-메일을 보내 해킹 인터넷 사이트로 접속하게 한 뒤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내는 범죄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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