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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사려고 1000명 몰렸다 "줄 서다가 오히려 감염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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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시 45분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 늘어선 줄. 마트 직원이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들고 서 있다. 정희윤 기자

2일 오후 1시 45분 하나로마트 양재점 앞에 늘어선 줄. 마트 직원이 마스크 품절 안내문을 들고 서 있다. 정희윤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농협 양재점 앞에 100m 넘는 줄이 형성됐다.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 줄은 끝없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이어지자 공적 마스크 판매처인 하나로마트와 약국은 연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인 5매'로 3만장 팔리는데 5시간

이날 오후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마지막 순서로 마스크를 산 남기문(53)씨는 “우체국이랑 약국 전부 다 가봤는데 마스크를 하나도 못 샀다”며 “코로나 사태 터지고 난 이후 마스크 처음으로 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은 이날 오전 9시쯤부터 마스크를 팔기 시작했다. 개장 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몰리면서다. 당초 전국 하나로마트는 오후 2시에 판매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구매 대기자의 사정을 고려해 양재점은 일찍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1인당 최대 5매로 마스크 구매를 제한했음에도 오후 1시 50분이 되자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 해당 지점에 공급된 마스크는 3만장이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한 시간에 1000명 정도 마스크를 사 간 것 같다”고 했다.

"마스크 사러 종일 돌아다녀" 

마스크 3만장이 모두 팔리면서 기다리고 있던 50여명은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들 중 20여명은 하나로마트 직원들에게 “내일은 마스크가 얼마나 들어오느냐. 내일은 살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뉴스에는 오후 2시부터 판다고 나왔는데 왜 빨리 팔았느냐”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다.

2일 오후 2시쯤 종로구 홍파동에 위치한 풍기인삼농협 서울본점에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정용환 기자

2일 오후 2시쯤 종로구 홍파동에 위치한 풍기인삼농협 서울본점에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정용환 기자

서울 종로구 홍파동의 풍기인삼농협 서울본점 앞에는 마스크를 팔기 전부터 백여명이 줄을 섰다. 이날 공급된 마스크가 모두 팔리기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손모(60)씨는 “아침부터 종로 보령약국까지 가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마스크가 한장도 없었다”며 “줄 끝에 있어서 못 살 줄 알았는데 겨우 사서 다행이다”고 했다. 그는 또 “제조업 하청업체를 운영 중인데 원청에서 직원들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라고 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판다" 가족·친구에 전화

오후 2시 50분쯤 양재동의 위치한 또 다른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 판매를 시작하자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판매 창구로 몰렸다. 줄을 선 사람은 순식간에 100여명까지 늘어났다. 지나가거나 장을 보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판다는 사실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알리면서다. 최모(66)씨는 “방금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여기서 마스크 판다고 알려줬다”며 “요즘 마스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판매 예정 시간,수량,가격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희윤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 판매 예정 시간,수량,가격 등이 적힌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희윤 기자

약국도 마스크 재고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도권 약국엔 지난 주말부터 공적 마스크가 공급되고 있으나 들어오자마자 동나기 일쑤라고 한다. 성동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오늘 마스크 50장밖에 들어오지 않아 오픈한 지 20분도 안 돼서 전부 다 팔렸다”며 “정부가 물량을 충분히 준비해놓고 발표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약사들만 사람들한테 욕을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줄 서기 위험…다른 방법도 모색해야"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 서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매일 하나로마트·약국·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 앞에서 줄을 서는 일이 생기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잠재적인 감염자가 있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줄을 서는 건 위험하다"며 "정부가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택배로 마스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드론과 같은 신기술을 이용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는 "온라인 주문이 어려운 노약자는 동사무소 등에서 수요를 파악해 직접 전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교수는 "마스크 판매처마다 사람이 모여 오히려 감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며 "정부에서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 등을 통해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의미 있을 것이다"고 했다.

정부가 나서서 마스크를 유통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생산에 대한 지원만을 하고 유통은 민간의 다양한 망을 이용하는 게 맞다"며 "공적 채널로 마스크를 공급하면 시민들은 그 마스크를 당장 꼭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수요가 폭증하는 것이다"고 했다. 정부가 약국·하나로마트와 같은 유통 채널을 지정하기보단 공급에만 신경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진호·정희윤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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