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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압병상은 예전에 다 찼다…부산·경남·충남 '병상 급구' 비상

중앙일보

입력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지난달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다음 확진자를 받기 전 잠시 쪽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대규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으로 이송된 지난달 23일 오후 한 의료진이 다음 확진자를 받기 전 잠시 쪽잠을 자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병상·인력확보 등에 비상이 걸렸다. 환자가 대규모로 나올 경우 대구처럼 확진 환자가 제대로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치단체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고 지적한다.

자치단체마다 음압병상 부족,전담병원 지정 #인력 부족 겪자 의사회 협조받아 추가 투입 #방역물품 구입 예산부족, 구입에 장기간 소요

부산의료원과 부산대병원 등에 국가지정 음압 병상 51개를 확보한 부산에선 이미 코로나19 환자가 이를 초과한 76명 발생했다. 초과 환자는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동형 음압기를 추가로 갖추는 부산의료원에 이송되고 있다. 국가지정 음압 병상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음압 병상은 병실의 기압을 낮게 해 내부 바이러스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병상이다.

부산의 경우 전담병원인 부산의료원(전체 548병상)의 중증 환자 8명을 제외한 기존 환자를 모두 다른 병원에 옮겼지만, 추가 수용할 수 있는 환자는 268명(병상)밖에 안 된다. 감염병 특성상 3~5인실에 2~3명 정도만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환자급증에 대비해 국군부산병원(전체 230병상)을 추가 전담병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방부와 협의하는 이유다. 그러나 국군부산병원도 현 입원환자 60명을 전원 조치하고 협의 완료하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되는 데다 전원 조치 후 150명 정도의 적은 인원만 수용할 수 있다. 대규모 환자 발생 때 수용 불가 상황이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28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에서 장병들이 확진자 수용을 위한 병실과 병상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병상이 부족해지자 지난달 28일 오후 경북 경산시 하양읍 국군대구병원에서 장병들이 확진자 수용을 위한 병실과 병상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36개 음압 병상을 갖춘 경남도는 마산의료원을 1차, 국립마산병원을 2차 전담병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립마산병원에는 이미 대구에서 온 65명을 수용해 더는 병상이 없는 상황이다. 경남도는 마산의료원이 꽉 찰 경우 양산부산대병원(60병상)도 활용할 계획이다.

환자 75명이 발생해 음압 병상 30개를 초과한 충남도는 천안의료원 전체를 전담병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음압 병상이 37개뿐인 대전시도 제2 시립 노인전문병원 164개 병상 등 221개 병상 등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강혁 대전시 보건복지국장은 “가용한 의료 시설과 장비 등을 총동원하겠다” 말했다. 광주광역시는 빛고을 전남대병원과 시립 제2 요양병원을 지정해 총 344병상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사태 장기화로 의료진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산 연제구는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을 위해 연제구의사회(회장 박성화) 협조를 받아 의사와 간호사, 병리사 등 18명을 병원 진료가 끝난 뒤 선별진료소에 투입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기존 보건소 의사 2명만으로는 의심환자 진료와 검사 업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의료원의 전담대응팀 8명 외에 전공의와 인턴 등 의사 100명을 투입하고 있지만, 환자가 하루 100~200명씩 발생하면 자체인력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초기에는 감염확산 차단 위주였다면, 지금부터는 대규모 발생에 대비해 중증은 대학병원 등 큰 병원에, 경증은 작은 병원이나 자가격리하는 등 철저히 분리해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부족으로 비상 투입된 군의관들이 23일 부산대학병원에서 진료자료를 인계받고 있다. 중앙포토

의료진의 부족으로 비상 투입된 군의관들이 23일 부산대학병원에서 진료자료를 인계받고 있다. 중앙포토

방역용 마스크와 보호복 같은 물품 확보에는 많은 예산과 함께 상당 시간이 걸린다. 부산시는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확진자 이송용 보호복을 추가 확보(현재 3000개)하기 위해 국비요청을 해놓았다. 또 11만3000개의 방역용 마스크와 1만2000여개 손 소독제 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수요가 많아 방역 물품 확보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리지만 사전 확보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환자가 많이 발생할 경우 자치단체들은 장비는 긴급구매하거나 민간의료기관의 지원을 받고, 인력은 국방부와 민간의료기관 지원인력을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보호복과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감염 검사를 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1일 대전 유성구보건소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보호복과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코로나19 의심환자의 감염 검사를 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서울·경기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학병원이 적고 공공병원이 적은 자치단체는 버티기 어렵다. 준비도 제대로 안 돼 있어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대구·창원·광주=황선윤·백경서·위성욱·진창일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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