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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리홈쇼핑 인수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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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곧 인수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31일 공시를 통해서도 "우리홈쇼핑 인수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우리홈쇼핑의 최대 주주인 ㈜경방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르면 이번 주말 인수 조건 등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소문으로 나돌던 우리홈쇼핑 인수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경방은 우리홈쇼핑 지분 28.7%를 소유하고 있다. 우호적 지분까지 합치면 54%(432만 주)가량 된다는 게 경방 측 주장이다. 경방은 2009년 완공할 예정인 서울 영등포 복합쇼핑단지 개발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경방 측 지분(54%)의 인수 가격은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방은 전방(옛 전남방직)과 동원산업이 소유했던 우리홈쇼핑 지분(각각 1%와 1.2%)을 주당 11만원에 사들였다(우리홈쇼핑은 비상장 기업임). 경방이 432만 주를 주당 11만원에 매각할 경우 4752억원이 된다. 경방은 롯데쇼핑과 인수협상을 벌이면서 우호 지분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입장에서는 홈쇼핑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케이블 방송(SO)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 경우 우리홈쇼핑의 2대 주주이자 사돈인 태광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보완한다는 계산이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맏딸 신유나씨가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의 부인이다. 이호진 회장은 태광산업 창업주 고 이임용씨의 아들이다. 태광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19개의 케이블 방송 가입자는 290만 가구로 이 업계 1위다.

[뉴스분석] 잇단 M&A 실패 '홈쇼핑 카드'로 반격
- 2대 주주 태광산업과 제휴로 탄력 받아

올 들어 롯데쇼핑은 까르푸와 월마트 인수전에서 연거푸 실패했다. 롯데쇼핑 상장으로 마련한 3조4000억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액주주의 비난을 들었다. 특히 월마트를 유통 라이벌 신세계에 빼앗김으로써 유통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결국 포화 상태에 놓인 할인점 대신 홈쇼핑 분야를 파고들어 '유통 강자' 위치를 고수하기 위한 반격에 나선 셈이다.

이번 인수협상은 오래전부터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롯데 측이 밝힐 정도여서 곧 가시적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경방 측이 일괄 매각을 위해 우호 세력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고, 롯데가 태광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위해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입장에선 태광산업의 협조가 필수적인 협상이었다. 46%의 지분을 보유한 우리홈쇼핑의 2대 주주인 데다 케이블 방송의 도움 없이는 홈쇼핑 사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태광산업은 우리홈쇼핑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기 위해 단기간에 2000억원을 쏟아부으며 경방을 위협해 왔다. 롯데는 태광산업과 전략적 제휴를 먼저 논의한 뒤 경방 측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롯데쇼핑은 백화점(롯데백화점).할인점(롯데마트).편의점(세븐일레븐).온라인쇼핑몰(롯데닷컴) 등 모든 유통 업태를 보유하게 된다. 경쟁업체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또 해외 진출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내년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 백화점 문을 연다. 중국 베이징(北京)에도 백화점 개설을 모색 중이다.국내 성장 한계를 넘어 새로운 수익원을 해외에서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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