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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바뀐 ‘반도체 큰손’···삼성·애플 각축속 中기업 대약진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지난 10년 새 반도체 구매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화웨이·샤오미·홍하이와 오포·비포를 계열사로 둔 BBK그룹 등 중국 전자·통신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구매 ‘톱10’ 대열에서 일제히 탈락했고, 삼성전자와 애플은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구매 기업 현황 10년치 분석 #10년 전 톱10에 중국 업체 한 곳 불과 #지난해 화웨이·BBK·샤오미 등 5곳 이름 올려 #10년 새 소니·도시바 등 일 기업 모두 탈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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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구매 '톱10'에 중국 업체 5곳   

28일 중앙일보가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가 매년 발표하는 반도체 지출 현황 자료 10년 치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구매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린 중국 업체는 5곳이다. 화웨이는 208억 달러(약 25조3000억원)어치를 사들여 3위에 올랐다. 레노버는 지난해 160억 달러어치를 사들여 5위, BBK 일렉트로닉스는 구매액수가 약 127억 달러로 6위였다. 샤오미(70억 달러)와 홍하이(61억 달러)는 각각 8위,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반도체 구매 1위는 애플이다. 361억 달러(약 42조원)를 반도체 구매에 사용했다. 지난 3년간 1위를 유지하던 삼성전자는 334억 달러어치를 구매해 2위로 밀렸다. 4위는 델(163억 달러), 7위는 HP(104억 달러), 9위는 HP일렉트로닉(62억 달러) 이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10년간 반도체 구매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펼쳐 왔다.

중국 반도체 소비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중국 반도체 소비액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삼성-애플 각축 속 일본기업은 모두 탈락  

10년 전 반도체 구매 ‘톱10’은 현재와는 딴판이었다. 2010년 반도체 구매 기업 1위는 HP, 2위는 삼성전자, 3위는 애플이었다. 중국 업체로는 레노버가 유일하게 10위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은 소니(6위)·도시바(7위)·파나소닉(9위) 세 곳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LG전자는 9위였다.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중국 화웨이가 처음으로 반도체 구매 상위 10개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화웨이는 2015년 5위, 18년 3위 오르면 큰 손으로 급부상했다. 2017년에는 일본 기업들이 모두 톱10에서 탈락한 대신, 샤오미가 10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홍하이가 처음으로 톱10에 진입했다. LG전자는 2018년 반도체 지출 상위 10개사에서 밀려났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산시성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처]

리커창 중국 총리가 중국 산시성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중국정부망 캡처]

반도체 자체생산 노리는 중 맞서 초격차 서둘러야  

시장조사업체인 IBS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53%를 차지한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중국 의존도도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또한 중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의 25%, SK하이닉스의 48%를 차지한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반도체의 5대 고객 중 하나이다.

문제는 중국이 반도체를 사주는 고객에서 '스스로 만들어 자급'하는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중국 제조 2025’ 통해 반도체 자급률을 지난해 15%에서 2025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과장된 목표라는 평이 많지만, 어쨌든 자급률을 높여 가면 한국 수출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중국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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