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덮친 코로나19…소비자심리 메르스 때만큼 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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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소비심리가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만큼 급격하게 꺾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시점이라 더욱 뼈아픈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104.2)보다 7.3포인트나 내린 96.9를 기록했다. CCSI는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수다. 2003~2019년 중 장기평균치를 기준값(100)으로 100보다 크면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비관론이 커진 것도 그렇지만 소비자심리지수가 한 달 새 7.3포인트나 급락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보다 낙폭이 컸던 건 역대 두 차례 있었다. 2008년 10월 금융위기(-12.7포인트) 때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11.1포인트) 때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땐 이번과 같은 7.3포인트 하락했다.

세부적으론 생활 형편, 가계 수입, 소비 지출 등 CCSI를 구성하는 모든 지표가 나빠졌다. 특히 현재경기판단 CSI와 향후 경기전망 CSI는 각각 전월 대비 12포인트, 11포인트 하락했다. 현재는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전망은 6개월 후의 상황을 뜻한다. 취업기회전망 CSI도 7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취업 관련 통계가 꾸준히 나아지는 흐름이었는데 경기 관련 인식이 나빠지면서 함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비자심리지수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맞물린 지난해 8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92.5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11월 100대에 올라서 빠르게 회복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분위기를 확 바꿨다. 사실 이번 2월 조사치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 조사 시점이 2월 10~17일로 코로나19가 전국 단위로 퍼지기 전이었다. 한은 관계자도 “현재 심각해진 국내 상황이 덜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3월엔 더 악화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7%로 다시 하락했다. 지난달 소폭 상승하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한 달 만에 뒤로 물러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한 전망치다. 소비자물가상승률처럼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소비 위축 가능성도 담고 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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